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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청개구리와 군인정신

[세상살이 신앙살이] 청개구리와 군인정신 예전에 1박2일 일정으로 어떤 신학생이 공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전역한 지 이삼 년쯤 지난 듯 한데도 외모나 말투, 행동에서 군인 티(?)가 나는 신학생이었습니다. 그 신학생과 나는 동네 갯벌로 가서 맑은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겼는데, 산책 도중 신학생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는 군대 생활을 하는 동안 재미있었고, 특수 훈련을 나가거나 전술 훈련을 할 때면 신바람이 날 정도였답니다. 그러다 전역하고 신학교에 복학했는데, 군인 정신(?) 덕분에 신학교 생활은 편했지만 때론 자신의 성소가 ‘군인’이 아닐까 고민을 했다는 겁니다. 우리는 ‘꿈’과 ‘성소’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화중에 그 신학생이 말했습니다. “군 생활이 ..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스님의 묵주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스님의 묵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가을 산사(山寺)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 행사를 시작하려면 몇 시간이 남았지만 출연자들이 리허설을 하느라 줄지어 기다리고, 대웅전 앞에 설치된 가설무대 위의 플래카드를 보니 내로라하는 가수들 이름도 적혀 있다. 아직 조금 따가운 가을볕을 가리기 위해 쳐 놓은 천막 아래에는 마당을 가득 메운 의자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개울 옆 정자 하나를 잡아 기타를 튜닝하고 화음을 맞춰 보았다. 우리 중 아무도 전문 음악가는 아니지만 포콜라레운동의 젊은이들이 만든 젠 노래는 삶이 녹아 있는 곡들이라 가사만으로도 선물이 되기에, 그분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로 간의 일치를 보여 주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톡 쏘는 영성] 무소유의 심리

[톡 쏘는 영성] 무소유의 심리 무소유를 바라보는 불편한 감정 가난하게 살지 않는 타인을 비난 외적 가난에 집착하는 콤플렉스 진정한 가난은 자유롭고 편한 것 많이 가진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자신의 편안을 위해 가진 것 나눠 시중에 무소유에 대한 글이 나오곤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런 글을 쓴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그 존경심의 이면에는 불편함 감정이 함께 합니다. 늘 돈에 쪼들려서 돈에 집착하며 사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열등감을 갖는 것입니다. ‘난 왜 이리 속물인가’하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소유의 삶에 대해 영성 심리에서는 어떻게 보는가? 아무것도 갖지 않고 사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삶이라고 평가합니다. 비현실적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무소유를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대..

[세상살이 신앙살이] 말벌과 신부님 마음(하)

[세상살이 신앙살이] 말벌과 신부님 마음(하) 사나워진 말벌들이 사라진 후 피해 상황을 봤더니, 동창 신부님은 도망가는 순간 ‘피에타 성상’ 옆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머리로 들이받아 두피가 긁혔고, 오른쪽 무릎이 말벌침에 쏘였습니다. 아침부터 폭풍 잔소리를 할 때는 ‘남의 속도 모르는 동창 신부’라고 야속했는데, 말벌에 쏘이고 두피가 긁혀 피가 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에 작업을 멈추고, 나는 동창 신부님을 데리고 병원에 갔고, 거기서 신부님은 주사를 맞았습니다. 사나운 말벌에 쏘이면 아플 텐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 동창 신부님! 그 앞에서 나 역시 백신 주사를 맞은 팔의 근육통이 왔지만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성지로 돌아와 작업을 마무리 했고, 주변 정리와 작업 도구..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선물 같은 오늘 하루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선물 같은 오늘 하루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탈출 3,12) 요즘 어머니가 아프시다. 몇 주씩 입원도 자주 하고, 응급실도 여러 번 들락날락했다. 평소 건강하신 분이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병 때문에 어머니와 가족들의 충격은 컸다. 게다가 입맛까지 변하셔서 식사도 잘 못하신다. 뭐라도 먹길 바라는 가족들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식욕을 잃은 어머니 몸은 점점 말라갔다. 게다가 검사는 왜 이리 많은지, 매일 같이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일 년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컴퓨터 단층 촬영(CT)도 매주 했다. 촬영 전에는 금식도 해야 해서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하셨다. 가뜩이나 못 드시는데, 금식까지 하는 날은 마음이 정말 편치 않았다. 얼마나 힘드실까, 언제쯤 병이 나을 수 있을까..

[톡 쏘는 영성] 구원관

[톡 쏘는 영성] 구원관 스스로 엄격한 기준 안에 가두고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는 종교적 자격지심과 구원 불안증 자캐오가 하느님을 통해 변화하듯 주님 말씀 통해 내적 자유를 얻는 구원의 참된 의미 생각해봐야 종교마다 영혼이 사후에 구원받는다는 구원론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스승을 주님으로 모시는 가톨릭과 개신교는 구원관이 다릅니다. 개신교의 구원관은 좀 뻔뻔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이 죽기 전에 예수님의 이름만 불러도 구원받는다는 구원관, 살아서 무슨 짓을 했건 간에 주님의 이름만 부르면 된다는 구원관은 얼핏 들으면 주님의 사랑을 강조한 듯 하지만 그 속내에는 무책임하고 뻔뻔함이 보입니다. 실컷 죄짓다가 죽기 전에 회개하면 된다는 식의 무식한 사고방식을 만들 위험도 크고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

[세상살이 신앙살이] 말벌과 신부님 마음(상)

[세상살이 신앙살이] 말벌과 신부님 마음(상) “석진아, 지난봄에 다 못한 소나무 전정 작업을 하려고 내일 고창 내려갈께.” 며칠 전 토요일 저녁에, 서울에서 특수 사목을 하는 동창 신부님의 반가우면서도, 휴- 걱정스런 전화가 왔습니다. ‘왠 걱정?’이냐면, 동창 신부님은 늘 그렇듯, 작업할 땐 즐겁게 하는데, 한 가지! 내가 노는 꼴(?)을 못 봅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과 함께 있으면 나는 모든 일을 다 멈추고, 일주일 내내 그 신부님과 기쁘면서도,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순간, 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 신부님과 일주일 동안 작업하는데 그 주간 월요일, 나는 ‘백신 2차 접종’이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2주 전에 접종을 할 예정인데, 백신 공급 사정상 2주가 미뤄진..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주님과 사랑을 속삭이며 준비한 시간들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주님과 사랑을 속삭이며 준비한 시간들 하느님 앞에 서게 될 심판의 날이 문득 떠올랐다 어린이집 첫 평가 인증을 2007년에 시작해 3년 주기로 평가를 받을 때마다 점수로 평가되는 지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참 많이도 애를 썼다. 평가 결과가 좋은 해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함과 함께 이 일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됐으며, 어떤 해는 생각지도 못한 당일의 실수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에 며칠을 실망하여 잠 못 이루는 시간들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평가 유효 기간이 1년 연장돼 4년 만에 받게 되는 평가제는 더 세밀해지고 준비할 게 많았기에 작년부터 수시로 교육을 받고 서류들을 보완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두 달 전, 10월에 정기 평가가 진행될..

[톡 쏘는 영성] 기도의 효험

[톡 쏘는 영성] 기도의 효험 주님 안에서 영혼을 쉬게 하는 기도 몸·마음 가는 대로 머무르는 게 좋아 인간 뇌의 영적인 영역을 발달시켜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도록 이끌어 “기도하다 졸았습니다.” 고해소에서 가끔 듣는 말입니다. 죄가 되지 않는지라 말씀드릴까 합니다. 기도하다 조는 것은 절대로 죄가 아닙니다. 기도란 무엇입니까? 하느님 안에서 내 영혼을 쉬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편안히 자는 것처럼 하느님이 편하게 느껴지시면 조는 것이 당연합니다 . 어쩌면 기도시간에 조는 분들이야 말로 하느님을 진정 편안한 분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이 깊은 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잠이 안 와서 고민이란 분들에게 묵주기도를 권합니다. 단조로운 기도문을 하다보면 저절로 잠이 오기 ..

[세상살이 신앙살이] 할머니들은 할머니들을 필요로 한다.

[세상살이 신앙살이] 할머니들은 할머니들을 필요로 한다.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목이 붓더니, 새벽이 되어서는 침을 삼키기도 어려울 정도로 목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병원에 가려고 읍내 이비인후과에 예약 전화를 했더니, 대체 공휴일이라 휴진한다는 겁니다. ‘이를 어쩌지…’하며 고민을 하는데, 함께 사는 신부님이 근처 면 소재지에 있는 가정의학과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그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했고, 의사 선생님도 좋은 분이라 강조하면서! 이에 나는 오늘 병원 진료 하는지를 물었더니, 신부님은 그 병원에 전화했고 ‘진료한다’는 간호사의 말을 확인하고 알려 주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을 듣고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은 후, 차를 몰고 근처 면 소재지에 있는 병원을 찾아 갔습니다. 시골 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