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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이제야 귀를 열다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이제야 귀를 열다 모습은 다를지라도 형제애를 위한 일이라면 얼마 전 휴대폰에 우리 지방 문화 재단 홍보 메시지가 떴다. 워낙 여러 소식이 자주 오기에 대충 훑어보고 마는데, 그날따라 ‘문화 예술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라고 적힌 제목이 눈에 띄었다. 문화 예술과 기후위기를 어떻게 연결할까 궁금하기도 했고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외면하기도 그렇고 해서, 참석하겠다고 신청한 뒤 며칠을 기다렸다. 팬데믹 시기라 소속 단체 모임조차 흘려보내는 편인데, 아무튼 이번 걸음은 혼잣속으로도 신통한 일이었다. 내 주위에는 종교인들이 많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특별히 비종교인과 종교 때문에 갈등을 겪은 일도 기억나지 않는다. 게다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내가 할 수 있고 하느님 보시기에도 좋을 만한 일..

[세상살이 신앙살이] 작은 일에 충실하기

[세상살이 신앙살이] 작은 일에 충실하기 개갑장터순교성지에 수도원과 순례자 쉼터 공사를 막 시작할 때의 일입니다. 포클레인이 와서 터 파기와 부지 정리를 한 후에는 잡석과 흙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작업복을 차려입은 여자분이 딱히 하는 일 없이 공사 현장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그분은 때가 되자 작업자분들과 점심 먹으러 가고, 오후에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가 일이 끝나자 집으로 갑니다. 가끔 차들이 지나갈 때면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그분에게도 하루 일당이 꼬박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그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그분에게 지급되는 돈이 아까워, 하루는 공사 현장 사무실을 찾아가 소장님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넌지시 물었습니다. ..

[ 톡 쏘는 영성] 미워도 다시 한 번

[ 톡 쏘는 영성]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랑하기보다 더 힘든 미워하는 일 파괴력 잠재된 미움에 의한 분노 타인은 물론 자신부터 초토화시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 미움의 부메랑 돌아오지 않도록 품고 살지 말라는 조상들의 가르침 살아가면서 하기 힘든 일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수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사람을 미워하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습니다 . 사랑은 잘 안 되더라도 노력하는 것만으로 심리적 보상을 받는데 비해 미움은 그런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움이 뿜어내는 분노는 자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잠재돼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살이 신앙살이] ‘집 밥 식당’과 어머니 마음

[세상살이 신앙살이] ‘집 밥 식당’과 어머니 마음 개갑장터순교성지에 ‘수도원과 순례자 쉼터’를 짓기 위해서 건축비 마련의 일환으로 인근 본당 주임 신부님 도움으로 굴비를 팔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굴비를 원가로 넘겨주셔서 굴비 판매 수입에 큰 도움을 주신 그 본당의 사목회장님을 만나러 굴비 가공 공장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도 물건을 납품하시느라 정신이 없던 사목회장님을 만나 여러 의견을 나누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에 사목회장님은 근처에 ‘집 밥’ 같은 식당이 있으니, 가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식당에 갔는데, 그곳은 아침과 점심까지만 영업을 하였고, 외국인 노동자분을 포함해서 여러 분들이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식탁에 앉은 후 벽에 적힌 메뉴를 보는데 ‘오늘의..

[생활 속 영성 이야기] 공동체를 통한 구원과 성장

[생활 속 영성 이야기] 공동체를 통한 구원과 성장 우리는 공동체를 통해 다시금 그분께 나아갈 수 있다 예전 직장에서 까다로운 상사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다. 매주 하는 CLC(Christian Life Community) 그룹 모임에서 내가 나눴던 이야기는 많은 부분이 그에 관한 것이었다. 그가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가 어떻게 이 시간을 이겨 내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나눔을 많이 하곤 했다. 그때 같이 그룹 모임을 하던 회원들은 나의 그런 어려움에 대해 함께 안타까워했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위로와 격려를 더 느껴 보라며, 매일 의식 성찰 기도를 할 때 하루 중에 예수님께서 어떻게 나와 함께하셨는지 좀 더 살펴보라고 영적 조언을 해 주었다. 내가 힘들어하면..

[생활 속 영성 이야기] "또 한 번 은총을 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생활 속 영성 이야기] "또 한 번 은총을 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며칠 전 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총회 준비를 위해 양산 정하상 바오로 영성관에서 꾸르실료 임원 회의를 했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만난 임원들은 반가움에 부여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대표 지도 신부님 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니, 3박4일 봉사할 때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스쳐지나갔다.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교회를 다시 방문할 계획을 세우면서 신자들에게 한 말씀이 떠오른다. “또 한 번 은총을 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2코린 1,15) 또 한 번 은총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한 번 맛보면 또 찾게 된다. 친한 자매가 올해 4복음서를 완필한 후 전체 성경 완필을 목표로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꾸르실료 봉사를 권유받았을 때 나는 봉사..

[톡 쏘는 영성] 미움 그 괴로운 감정

[톡 쏘는 영성] 미움 그 괴로운 감정 모난 돌과 같은 사람의 마음 상처 아물지 않은 상태 의미 돌들이 부딪치며 둥글게 되듯 갈등 겪으면서 모난 마음 깎여 미운 마음은 죄 아닌 성장과정 회피하면 더 큰 문제 생길 수 있어 어떤 분이 고민을 털어놓으시길, 처음에 사람을 만나면 무엇이든 잘해주고 싶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이 싫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한다고 했습니다. 초지일관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은 둥근 돌이 아니라 모난 돌이라서 그렇습니다. 모난 돌이란 마음 안에 콤플렉스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모난 돌이라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모난 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

[세상살이 신앙살이] 6000원 때문에…

[세상살이 신앙살이] 6000원 때문에… 예전에 개갑장터순교성지 외부 정지 작업을 위해 수도원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흘 동안 4명의 형제들이 와서 그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공소에서 사흘을 지내는 동안, 잠자리도 불편하고 세면이나 샤워도 야외 화장실이나 외부 주방에서 해야 할 환경이었지만 형제들은 불평 없이 지내주었습니다. 일을 다 마치고 마지막 날 점심은 외부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나와 함께 사는 신부님, 그리고 4명의 형제들은 함께 나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고생한 형제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지만, 형제들은 우리의 사정을 알고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하기에 6000원짜리 가정용 백반 집을 찾아갔습니다. 성지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를 가면 ‘00네 집’이라는 식당이 있는..

[생활 속 영성 이야기] 고통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하느님의 사랑

[생활 속 영성 이야기] 고통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하느님의 사랑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힘, 사랑 몇 달 전 ME 공동체 후배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고 좌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부의 태도는 달랐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하며 힘들지만 기쁘게 병상 생활을 했고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 조금씩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큰 일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전조 증상이 와서 빨리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도 감사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심히 아빠를 돌보며 엄마를 위로하는 아이들에게도 고마워했고, 무엇보다도 배우자의 헌신적인 돌봄을 고마워했다. 아내도 남편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마음 깊..

[톡 쏘는 영성] 십자가의 의미

[톡 쏘는 영성] 십자가의 의미 모든 삶의 고통을 십자가로 여기고 주님이 주신 형벌로 보는 콤플렉스 불행의 원인을 남 탓으로만 보게 돼 인간답고 복음적인 삶의 상징으로 십자가의 참된 의미 바로 새길 때 풍요로운 신앙 생활 이어갈 수 있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주님의 이 말씀은 많은 신앙인들을 곤욕스럽게 합니다. 도대체 십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어떤 신자들은 실제로 십자가를 만들어서 지고 가는 행위를 연출하기도 하고 어떤 신자들은 힘든 일이 생기면 “아이고~ 내 팔자야~”하는 것이 아니라 “이게 다 내 십자가야 십자가~”하며 한탄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건 십자가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란 생각들을 합니다. 그래서 생긴 콤플렉스가 ‘십자가 콤플렉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