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영성 이야기]
주님과 사랑을 속삭이며 준비한 시간들
하느님 앞에 서게 될 심판의 날이 문득 떠올랐다
어린이집 첫 평가 인증을 2007년에 시작해 3년 주기로
평가를 받을 때마다 점수로 평가되는 지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참 많이도 애를 썼다.
평가 결과가 좋은 해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함과 함께
이 일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됐으며,
어떤 해는 생각지도 못한 당일의 실수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에
며칠을 실망하여 잠 못 이루는 시간들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평가 유효 기간이 1년 연장돼
4년 만에 받게 되는 평가제는 더 세밀해지고 준비할 게 많았기에
작년부터 수시로 교육을 받고 서류들을 보완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두 달 전, 10월에 정기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최종 통보를 받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마음의 자세부터 살펴보는 것이었다.
네 번의 평가 인증을 받으면서,
내가 수고한 만큼 좋은 결과를 주시도록 청했지,
준비 과정에서 ‘주님께서는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았다.
그랬기에 다섯 번째로 받게 되는
이 평가를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까…’
묵상하며 이번만큼은 등급 결과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는 최선이 아니라
“너희는 서로 사랑하였느냐”라는 질문에
“예!”하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랑 가운데에서 준비 과정을 보내고 싶었기에 묵상하며 기도드렸다.
나약한 제 마음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 주시기를….
그렇게 사랑을 청한 기도는
놀라울 만큼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낼 수 있는 체력을 주심에 대한 감사함과
교사들의 수고에 대한 고마운 마음, 조금이라도 더 배려해 주고 싶고
궂은일은 내가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진심으로 들었다.
직장일이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업무지만, 그
들이 외롭지 않기를… 기쁜 하루가 되기를…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며 매일 기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하자,
하기 싫었고 두려움이었던 평가제 준비 시간들은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교사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하루를 지낼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면서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은
모두가 퇴근한 시간이었다.
혼자서 마무리하며 주님께 오늘 하루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들을 쫑알쫑알 다 고하며,
이때는 이렇게 속상했지만 잘 넘겼음을 자랑하고,
이때는 제가 이러한 이유로 감정적으로 대해 죄송했습니다하고
변명도 하면서 주님께 하루를 보고하며 오늘을 성찰했다.
그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 행복했다.
평가제를 준비하며 내가 얻게 된 큰 깨달음이 있다.
아주 미흡하나마 죽은 뒤 심판의 날을 상상할 수 있었다.
정말 인생에서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직장 평가도 이렇게 힘든데,
막상 주님 앞에 가서 나의 지나온 모든 삶에 대해
심판을 받게 된다고 상상해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낱 이런 직장 평가도 몇 달을 노심초사하며 준비하는데
주님께서 허락하신 내 인생, 내 생명…. 나는 그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가….
과연 죽은 뒤 주님 앞에서 지나온 내 삶을 보고 드릴 때 자신 있게
, 지금처럼 가슴 벅차고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두려움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귀했다.
주님께서는 평가제
준비를 하는 시간을 통해 이렇듯 큰 선물을 주셨다.
내 인생을 더 깊이 성찰해 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깊이 새겨 주셨다.
주님은 언제나 자비이시고 사랑이시다.
그러기에 난 주님께 꼭 붙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아뢰며 주님만을 믿고 주님만을 의탁하며….
“나는 포도나무요 너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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