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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실수와 행복

[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올해 여름 방학 동안, 수사님 한 분이 논문 작업을 하려고 매일같이 내가 있는 수도원을 찾아 왔습니다. 코로나19와 불볕더위로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 수사님은 성실하게 공부한 후 저녁이 되면 본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돌아가는 수사님 뒷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내지만, 마음은 안쓰러웠습니다. 그 수사님은 사제관의 내 옆 방 회의실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평소에 나는 업무로 인해 수사님이 공부하는 회의실 옆을 늘 왔다 갔다 했지만, 수사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내 방과 회의실이 붙어 있어서 전화하는 소리, 음악 듣는 소리, 그 밖의 모든 소리들이 다 들렸지만 수사님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자신의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고통의 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어떻게 함께하실까 그분의 시간 안에서 그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고통스러운 상황도 조금은 달리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분과 함께 한발 물러나 본다면 좀 더 자유로워지고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그분의 위로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나를 상당히 힘들게 했던 상사가 있었다. 당시 나는 비정규직이었는데, 그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시키는 건 뭐든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그에게선 매일 같이 불호령과 짜증이 쏟아졌고, 그것을 견뎌야 했던 나는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내가 정규직이 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직을 해야 할까…. 정규직 전환이 안 되고 이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는 매일매일 ..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십자가는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손잡고 가는 친구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십자가는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손잡고 가는 친구 함께 나이 들어가는 시간의 아름다움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라는 말씀처럼 주님! 저의 이 고통이 필요하시다면 이 고통으로 연옥 영혼들을 불쌍한 연옥 영혼들을 구원하는 데 쓰이길 봉헌합니다. 한가위 맞을 준비를 하면서 송편을 주문해 여러 곳에 나눔을 하였다. 어린이집 원아 가정과 많은 분들에게 건강한 추석을 보내시라고 인사드리면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안 계시는 추석을 느끼게 되었다. 20년을 넘게 추석 전에 아버지께 송편을 갖다 드렸다. 알록달록 예쁘게 포장한 송편을 받으시고는 늘 “어린이집 애들이 만들었나?”하고 들뜬 목소리로 물어보셨다. “아버지 그 꼬맹이들이 어찌 만들겠노. 나도 잘 못 빚는데”하고 대답하면 아버지는 항상..

[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下)

[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하느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마지막 날에 인간을 만드신 분입니다.” 그 녀석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어쭈! 이 녀석 봐라.’ “예수님은 누구십니까?” “예수님은 하느님 아들이시며,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분입니다.” 나는 조근조근(차근차근) 대답하는 그 녀석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게 아닌데. 얘가 교리를 잘 몰라야 되는데.’ “성령은 누구십니까?” “성령은 인간이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조자이며, 우리를 사랑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면 성모 마리아는 누구십니까?” “성모 마리아님은 예수님 어머니이시며,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입니다...

[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上)

[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무렵부터 우리 본당에서는 첫영성체 교리반이 언제 시작되는지가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됐습니다. 그 이야기 중심에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간절하게 염원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첫영성체 대상자 아이들은 아마도 주일학교 미사를 갈 때마다 영성체를 하는 언니, 형들이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보좌 신부님과 나는 여러 상황들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방법을 모색했고, 자모회와 교리 봉사자들이 철저하게 감염 예방 수칙을 지원한 가운데 아이들 8명이 참여한 첫영성체 교리반을 개설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씩 교리 수업 시간을 정했고, 보좌 신부님과 선생님들은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했습니다. 첫영성체 교리반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방역 ..

[생활 속 영성 이야기] 가장 확실한 노후 준비는 부부 사랑

[생활 속 영성 이야기] 가장 확실한 노후 준비는 부부 사랑 함께 나이 들어가는 시간의 아름다움 마지막에 남을 우리 두 사람은 그때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지금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는 부부가 될 거라 생각하면 늙어 가는 것이 두렵기보다 설레고 기다려진다 석 달 전 시어머니께서 무릎 수술을 하셨다. 오랫동안 고생하시다가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수술을 하셨는데 경과가 좋아 다행이다. 아직은 불편하긴 해도 잘 걸어 다니신다. 어머니 수술이 결정되고 나서 아버님은 혼자서 전철을 타고 병원까지 두 번 사전 답사를 하셨다고 한다. 입원하면 매일 다녀야 하니 미리 경로를 파악해 놓으신 거다. 실제로 일주일 입원해 계시는 동안 아버님은 매일 전철을 타고 병원에..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새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우리는 왜 주일 미사에 참례해야 할까요 주님이 몸소 보여주신 ‘사랑’ 그 모두를 담고있는 성찬례 신비 체험하며 은총 누리길 언젠가 방송을 통해 어느 대장암 말기 환자 가정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이야기는 두 어린 아이의 다정한 아빠이자 아내에겐 전부였던 한 가장이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는 가장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자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소박하지만 따뜻한 저녁 식사 한 끼를 나누고 옛 추억의 사진 앨범을 들춰보며 가족과 함께 한 행복했던 순간을 마음에 고이 간직한다. 그리고 결혼 9년 ..

[세상살이 신앙살이] 새 신부와 판공성사

[세상살이 신앙살이] 새 신부와 판공성사  어느 날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2020년 부활 판공’을 ‘성모승천대축일’ 전까지 실시하라는 교구 결정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부활 판공성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신자들 간의 이동이 겹치지 않는 장소를 선정했습니다. 이어서 판공성사 일정을 잡는데, 의외로 손님 신부님을 모시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실, 주임 신부인 나와 보좌 신부가 본당 교우분들의 고해성사를 주면 되겠다고 편하게 생각했지만, 본당 신자들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손님 신부님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본당 신부님들과 교우 분들이 일상을 잘 지내는 것과 고해성사를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암튼 판공성사 일정 중 마지막 날 평일 저녁에, 손님 신부님..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저를 그리스도인이 되게 해 주셨으니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저를 그리스도인이 되게 해 주셨으니 어머니이신 교회를 사랑하는 방법 그리스도인이 되었기에 사랑이신 하느님을 알게 되었고 십자가 의미를 배울 수 있었으며 성령의 손길도 느끼게 되지 않았는가 인생 목적지를 알게 되었고 사랑 많은 이들을 만난 것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라고 선포하였다. 교회 초창기를 떠올려 보면 더욱 그 말씀에 공감이 간다. 초대 교회는 어쩌면 성모님 품에서 자라났을 것이다. 사도들의 온갖 고충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격려하셨을 성모님, 말씀을 태중에 품으셨던 분이시니 누구보다 말씀 자체가 되시어 사도들의 울이 되어 주셨을 것이다. 하느님 백성을 친교로 모아들이는 그런 모성적 사랑이 바탕을 이루기 때문인지 교회를 ‘어..

[세상살이 신앙살이] 민간요법

[세상살이 신앙살이] 민간요법 며칠 전, 저녁부터 점점 목이 붓더니 점차 강도가 심해졌습니다. 순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내 행적을 추적해 보았지만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성당에 머물렀고, 매일 미사를 드렸으며,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는데! 본당 신자분들도 방역 수칙을 잘 지켰기에 코로나19에 감염될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목이 부어오니 예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증상이 무섭다고 하던데…, 혹시 내가! 그럼 내일부터 본당 미사는 어떡하지!’ 암튼 다음 날 병원 갈 결심을 했고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혹시 감기나 몸살이 아닐까 싶어, 겨울 점퍼를 입고 땀을 뺄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열대야가 한창일 때에 겨울옷을 입고 누웠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