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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 (下)

[세상살이 신앙살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 (下) 추석 날 식사 초대를 받은 집에서,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시어 할머니 손에 자랐던 형제님 가족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뭉클해지고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형제님의 아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나는 마음속 제주도의 풍경을 배경 삼아 듣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거의 매일 제주도에 계신 할머니께 편지를 썼대요. 그러면 손주의 편지를 받은 할머니는 동네 친구 할머니를 찾아가셨대요. 왜냐하면 할머니는 사실 글을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는 글을 아는 할머니를 찾아가서 손주의 편지를 읽어 달라고 했었죠. 편지에는 할머니를 향한 손주의 사랑이 구구절절 쓰여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편지를 읽어주는 할머니는 그 편지를 읽다가 울고, ..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우리 가운데 계신 감독님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우리 가운데 계신 감독님 우리의 손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 그 일을 마쳤을 때 우리는 우 리가 아닌 바로 우리 가운데 계신 예수님께서 이루신 일이었음을 알 수 있었으니 우리 모두 색다른 기쁨을 느꼈고 그 기쁨이 바로 그분께서 우리 사이에 계셨음을 확인해 주는 인장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지난 시월, 호남 지역 포콜라레운동 공동체가 마리아폴리를 개최했다. ‘마리아폴리’란 포콜라레운동 초창기부터 며칠간 공동체가 함께 모여 이탈리아의 마을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그곳이 바로 성모님께서 다스리시는 도시라는 뜻으로 부르게 된 이름이다. 전 세계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해마다 열렸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모임이 모두 취소된 탓에 열릴 수가 없었으나, 그나마 유튜브를 ..

[세상살이 신앙 살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上)

[세상살이 신앙살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 (上) 언젠가 추석날의 일입니다. 그날 오후에 제주도가 고향인 어느 부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오늘 저녁에 별일 없으면 저희 집에 오셔서 미역국에 고기산적으로 식사 같이 해요.” 순간 ‘앗, 제주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합동 위령 미사 후에는 별다른 일도 없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 집을 방문했습니다. 내가 도착하자 가족들 모두가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주고받았고, 추석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자매님은 저녁 밥상을 제주도 음식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심지어 귀한 제주 고사리까지 상에 올려서, 맛의 담백함도 가미했습니다.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환담을 나누던 중 그날 아침에 있었던 제사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형제님께서 눈물을 주르륵–흘..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일상 속 하느님 뜻을 알아보는 식별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일상 속 하느님 뜻을 알아보는 식별 하느님 뜻에 맞는 선택이 주는 자유로움 하느님께서 내게 바라신 것은 그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내가 경직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와 신뢰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일해 가기를 바라신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예전 직장에서의 일이다. 중요한 과제 때문에 TF(Task Force·태스크 포스) 팀이 꾸려지고 내가 팀장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 직장 내 평판이 좋지 않은 직원 한 명이 팀에 포함됐다. 그 사람에겐 중요한 일은 맡기지 말고, 초기에 군기를 잡고 잘 감시하라는 동료의 조언도 있었다. 맡은 과제를 잘 해내고 싶었던 나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를 잘 관리하고 압박해야 할까. 아니면 일단 그를 ..

[세상살이 신앙살이] 딸꾹질과 묵주기도

[세상살이 신앙살이] 딸꾹질과 묵주기도 난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할 때면, 묵주기도의 횟수를 늘리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곤 합니다. 그리고 매번 10월 7일, ‘묵주 기도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이 되면 평소 때보다 묵주기도 한 꾸러미를 더 바칠 것을 결심하며, 신자들에게도 은근히 강조합니다. 그러던 중 올해 10월 6일 저녁이었습니다. 가볍게 딸꾹질을 하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숨도 참아보고, 혼자 경기 들린 사람처럼 놀라도 보고, 몸을 숙인 채 천천히 물을 마셔 보았습니다. 그 러다 효과가 있어 딸꾹질이 멈출 만하면 또 하고, 멈출 만하면 또 하고…. 밤 10시가 넘도록 딸꾹질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다 밤 12시, 새벽 1시, 새벽 2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딸꾹질을 멈추려고 ..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야생화는 햇살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야생화는 햇살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사랑이 빠진 그 어떤 다짐도 소용없음을… 사랑이 없었던 기다림과 나만의 잣대와 내 마음이 좋을 때만 했던 이중적인 배려 등을 나도 모르게 움켜쥐고 있었기에 이 늦가을에 다 떨구어 내고 비움의 시간을 준비하려 한다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늦가을 바람에 코끝은 시리지만 바람결이 너무 좋아 가슴이 벅차게 뛰어오른다. 이 바람결을 통해 유년 시절 맡았던 늦가을의 내음과 정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잊혀 가는 삶의 조각난 기억들이, 불어오는 바람결을 통해 떠오르면서 지나온 모든 시간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보호받고 있었음을 깨닫고 감사함으로 눈물을 훔친다. 출퇴근 시간 늦가을의 나무들을 보면서 인생을 배운다. 울창하고 화려했던 나..

[세상살이 신앙살이] 어르신과 본당 신부의 신경전

[세상살이 신앙살이] 어르신과 본당 신부의 신경전 올 가을 초입 은인으로부터 ‘보랏빛 키 작은 난장이 국화’를 기증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몽우리가 맺힌 정도였는데 어느덧 국화꽃으로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나는 기증 받은 다음 날부터 매일 아침 8시 30분 즈음이면, 국화에 물을 주었습니다. 물 줄 때마다 느껴지는 국화의 은은한 향기 덕분에, 내 하루의 삶이 국화 향기로 물들어 가는 듯 했습니다. 그 날도 국화꽃에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미사에 참례하시는 본당 어르신 한 분이 일찍 성당에 오시더니, 내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우리 신부님, 오늘은 제가 국화꽃에 물을 줄게요. 어서 미사 준비하셔요.” 나는 어르신의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미사 시간이 1시간 30분 남았고, 물주..

[위령성월 특집] 그리스도인과 죽음

[위령성월 특집] 그리스도인과 죽음 산 이가 죽은 이 위해 기도하는 ‘통공’이 핵심죽은 이도 교회 공동체 일원 기도 안에서 영적 공유하며 죄의 용서·정화 할 수 있어야 손님 접대나 제사상 차리기 우선시 되는 현실 지양 필요 「상장 예식」 규정 따르면서 가톨릭 장례 정신 되새기길  교회 전례력으로 11월은 위령성월로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죽음 자체를 생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연재해와 기후위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 여파로 죽음을 더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살아 있는 우리는 아무도 죽음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 공포, 불안 등 감정을 갖고, 죽음에 관한 수많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원한 삶으로 초대하는 교회는..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성령 체험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성령 체험 고통의 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어떻게 함께하실까 늘 선함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 그분은 누굴까? 섬세한 악기는 조금만 건드려도 울림이 일어난다고 하며 성령께 맡겨드리라고 하였다 그다음부터는 나의 성향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고 간혹 칭찬을 들을 때도 성령께서 이루시는 일이라고 그분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다 어느 모임 때였다. 행사를 준비하느라고 각자 일을 맡았는데 나는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게 됐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니 모두들 피곤한 모습이었고 특히 한 사람이 아주 지쳐 보였다. 그에게 빨리 들어가서 쉬라고 등을 떠밀 참이었는데, 마침 그 행사 책임자가 나타났다. 이러저러하다며 그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그 책임자는 활짝 웃음 띤 얼굴로 팔을 뻗쳐 방아쇠를 당기..

[세상살이 신앙살이] 사제가 좋아하는 사제되기

[세상살이 신앙살이] 사제가 좋아하는 사제되기 예전에 지구 사제 모임을 마친 후, 모임에 함께 했던 우리 본당 근처 어느 본당 보좌 신부님과 우연히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게 됐습니다. 가끔 그 본당 신부님들과 우리 본당 신부님들이 만난 적이 있었고 때론 저녁을 먹으며 여러 가지 사목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곤 했기에, 우리는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내가 먼저 물었습니다. “우리 신부님은 왜 혼자 가셔? 주임 신부님은 우리 신부님을 두고 어디를 가셨나?” “아, 예. 주임 신부님께선 곧바로 사제관으로 가셨고요, 저는 지금 00극장 앞에서 본당 자모회 식구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를 함께 보려고요. 그런데 신부님은 왜 혼자 가셔요?”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