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하느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마지막 날에 인간을 만드신 분입니다.”
그 녀석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어쭈! 이 녀석 봐라.’
“예수님은 누구십니까?”
“예수님은 하느님 아들이시며,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분입니다.”
나는 조근조근(차근차근)
대답하는 그 녀석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게 아닌데. 얘가 교리를 잘 몰라야 되는데.’
“성령은 누구십니까?”
“성령은 인간이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조자이며,
우리를 사랑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면 성모 마리아는 누구십니까?”
“성모 마리아님은 예수님 어머니이시며,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입니다.”
계속해서 나는 교리에 관해 질문을 했고,
그 녀석은 막힘없이 술·술·술 대답했습니다.
심지어 기도문을 물어봤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다 외웠습니다.
그 녀석의 ‘찰고’, 즉 교리 시험을 마치고 난 후
나는 기특한 마음이 들어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러자 그 녀석도 어이없게도 나를 보며
빙그레 웃어주는데… 마치 ‘찰고’할 때
나의 근엄했던 표정이 연기임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날 저녁 나는
보좌 신부에게 그 녀석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 녀석,
늘 덜렁대서 교리도 제대로 모르고
기도문은 하나도 외우지 못할 것 같았는데,
전부 다 알고 있더라. 너무 놀랄 정도로!”
그러자 보좌 신부님은
그 녀석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신부님, 그 아이 엄마는
이번 첫영성체 교리반을 할 때,
한 달 내내 뒤에서 아이들 간식을 준비해 주신 분이에요.
그리고 그 아이 아빠는 성당에 다니지는 않지만,
아내와 아이들의 신앙을 적극 지지를 해 주고 있고요.
아마도 그 아이는 엄마 신앙을 본받아서
나름 신앙생활을 잘 하려고 할 거예요.
또한 추측컨대 그 아이 때문에
아빠도 조만간 성당에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아하, 그렇구나!
그 녀석의 부모님은
비록 외짝 교우지만,
엄마로부터 지속적으로
종교 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았겠구나.
그리고 그 녀석 엄마도 자녀 첫영성체를 위해서
마음을 모아 봉사를 통해 함께 준비하고 있었구나.’
요즘 ‘미래의 세상’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세상을 예측하며 하는 말은
모든 것이 다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달라진다 할지라도 하나,
분명하게 달라지지 않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종교심의 가치랍니다.
부모로부터 좋은 종교심을 선물로 받은 자녀는
살아가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기도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자신의 장점을 돌아볼 수 있으며,
평소 지혜와 겸손을 겸비하게 해 줌으로써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나만 보면 달려와서 내 배를 만지는
그 녀석의 마음속에는 이미
‘좋은 종교심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그 녀석 뿐 아니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번에 첫영성체를 하는 우리 본당 아이들이
예수님 몸을 받아 모시면서
언제나 좋은 아이로 잘 자라나기를 말입니다.
사족입니다만,
첫영성체라는 말만 들으면
나 또한 어릴 때 받았던
첫영성체 교리반 생각이 납니다.
어떤 교리를 들었고
무슨 기도문을 외웠는지는 기억이 없고,
교리실 뒤에서 늘 손들고
벌 받고 있던 모습만 떠오르는데….
그랬던 나도 이렇게 세상을 나름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