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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원래 있어야 할 그 자리 찾기

[세상살이 신앙살이] 원래 있어야 할 그 자리 찾기 개갑순교성지 사무실 밖 외곽에는 수국 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봄이 되어 성지 내 꽃나무들이 꽃을 피울 때에도 수국은 그저 평범했지만, 6월이 되자 보라색, 흰색, 붉은색 등 형형색색 꽃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수국은 무성한 잡초가 있는 구석진 곳에 자리해 쉽게 눈길이 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옮겨 심을 자리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성지 사무실에 노크를 했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순례를 오신 분이 대뜸 말했습니다. “저기 외진 곳에 핀 수국이 너무 예쁜데, 혹시 좀 가져갈 수 있을까요?” 나는 속으로, ‘세상에, 이런 가난한 성지에서 뭔가를 가져갈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안 된다’고 정중히 말씀드렸습니..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주님!! 믿음의 옷이 많이 해어졌습니다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주님!! 믿음의 옷이 많이 해어졌습니다 사랑의 실로 구멍난 믿음의 옷을 꿰매어야 할 때 새벽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도 살아 있음에 감사드리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주님께 나의 사랑을 고백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주님께서 큰 선물을 주신 것 중 하나는 매일을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직장에 나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주신 것이다. 그렇게 선물받은 하루를 의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벌써 한 해의 반을 훌쩍 넘기고 있다. 1년 5개월을 아무런 행사도 없이 이렇게 조용히 지내는 것이 몇 십 년 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꾸르실료 교육에 참가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어제와 똑같은 반복적인 지루한 날들이기보다는 좀 더 내가 잘하는 순간의 모습이 드..

[톡 쏘는 영성] 감사의 심리

[톡 쏘는 영성] 감사의 심리 삶에 대한 실망으로 무기력해지거나 자포자기 하려는 마음 막아주는 약 일상에서 감사할 일 찾는 것이 중요 가끔 신자들이 불평하는 말 중에 감사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성당에서 신부들이 감사하며 살라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는 것입니다. 기도해도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는데 무슨 감사냐는 말입니다. 그런 마음이 들만도 합니다. 그런데도 교회에서는 감사의 영성을 강조합니다. 왜 그런가? 감사기도는 우리가 삶에 대해 실망하여 자칫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예방약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삶에 대해 기대를 갖습니다. ‘나는 적어도 이 정도는 살아야 한다’는 그런 기대감과 희망을 가지고 삽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감이 ..

[세상살이 신앙살이] "변덕이 죽 끓듯 하다"

[세상살이 신앙살이] "변덕이 죽 끓듯 하다" 종종, 수도권 지역의 신자들을 어떻게 하면 ‘고창’과 개갑순교성지로 순례를 오게 할까 고민을 해 보지만, ‘거리가 멀다’는 생각은 나 스스로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창’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책으로 내면, 그 책을 접하는 사람들이 ‘고창이 참 좋네, 어디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을 먹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이 고창에 온다면 마지막 발걸음은 성지로 향하지 않겠는가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에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진작가와 ‘사진묵상집’ 발간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의 뜬금없는 제안에 선뜻 동의해 준 사진작가는 서울에서 고창으로 여러 차례 내려와, 며칠을 묵으면서 사진 작업을 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과 농촌..

[톡 쏘는 영성] 강한 남자

[톡 쏘는 영성] 강한 남자 감정은 마음의 근육과도 같아서 사용할수록 더 강해질 수 있어 자기 감정 들여다보는 훈련 필요 심리학자 시버드는 아주 특이한 연구를 했습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그 결과 그들이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게으른 듯 하면서도 일단 일을 시작하면 몸을 아끼지 않는 성격이거나 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지만 필요한 때는 아주 세심한 성격, 평소 자기 자신만 챙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어려울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어려운 일을 잘 챙기는 등의 특징이었습니다. 혹은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데 큰일이 생겼을 때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장악한다거나, 내향..

[생활 속 영성 이야기] 하느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배우자

[생활 속 영성 이야기] 하느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배우자 하느님 사랑을 섬세하게 느끼도록 돕는 반려자 “우리가 ME 발표팀 부부(이하 팀 부부)로 활동하면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하느님의 뜻과 마음을 보고 느끼는 섬세한 마음과 눈입니다. ME 여정은 우리 신앙의 가장 깊은 정수입니다. ME 주말을 통해 우리 부부를 변화하게 해 주시고 아이들과 꼬였던 관계를 풀게 해 주시고 또 ME 공동체 안에서 당신 뜻을 따라 살아가는 신앙의 선배·동료·후배들을 만나는 풍성한 은총을 주셨지요. ME 주말과 ME 조직 안에서도 하느님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팀 부부로 살아온 지난날들은 하느님 사랑을 더 섬세하게 느끼게 해 준 심장 박동기이자 크게 보게 해 준 돋보기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 부부가 팀 부부로 ..

[세상살이 신앙살이] ‘일진(?)이 정말 사나울까’

[세상살이 신앙살이] ‘일진(?)이 정말 사나울까’ 어느 날 저녁, 교우분 중 복분자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첫 수확을 했다고 맛을 좀 보시라며 복분자 열매를 공소로 보내 주셨습니다. 살면서 오디, 산딸기, 블루베리 열매는 먹어 본 적이 있지만 복분자 열매는 처음 맛보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함께 사는 동료 신부님과 복분자 열매를 먹었는데, 특별하게 달콤한 맛은 없었습니다. 이에 동료 신부님의 제안으로 요구르트에 찍어서도 먹어 보고, 믹서에 갈아서도 먹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맛은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침식사로 한 통에서 반 이상을 덜어내 먹은 후, 복분자 통을 들어 올렸는데 순간 통을 놓치는 바람에 대부분의 복분자를 땅바닥에 쏟았습니다. 너무 아깝고 또 귀하게 농사지어 주신 고마운 것이라 나..

[세상살이 신앙살이] 숨만 쉬어 주렴

[세상살이 신앙살이] 숨만 쉬어 주렴 평소 가깝게 지내는 중학교 선생님 부부가 있는데, 그 부부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귀여운 딸이 있습니다. 그 딸과 대화를 나눌 때면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그리고 나와 가끔 인생 상담(?)을 몇 번 해서 그런지, 나를 보면 멀리서부터 뛰어와 내 품에 안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딸아이의 부모는 ‘허허…’ 웃습니다. 또한 그 부부는 평소 딸을 자유롭게 방목(?) 합니다. 딸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도와 줄 정도지, 그 외에는 딸의 의견을 존중해 줍니다. 어느 날, 나는 그 부부와 모처럼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식사 전 딸에게 전화가 왔는지, ‘그래, 나도 사랑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딸이 ‘저녁 7시까지 친구 집..

[톡 쏘는 영성] 일방적 관계의 문제점

[톡 쏘는 영성] 일방적 관계의 문제점 서로 의견 맞지 않아 갈등 빚을 때 나와 상대방 뜻 같아야 사과도 가능 자기중심적 자세론 해결할 수 없어 살다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을 빚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불편한 관계가 힘들어서 급하게 해결하려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화난 상태가 힘들어서 얼른 선물을 준비했는데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호의를 베푼 쪽에서는 상당히 곤욕스럽고 화가 납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왜 그리 속이 좁냐고 다시 화를 냅니다. 그러나 사실 잘못은 상대방이 아니라 내 쪽에 있습니다. 어떤 잘못인가? 내가 화가 풀렸으니 당연히 너도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입니다. 그런 생각은 아주 유아적인 생각입니다. 사람마다 감정이 풀리는 시간이 다른..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예수님 마음 안으로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예수님 마음 안으로 모든 이가 하나 되기를 바라시는 그분의 뜻 벌써 해를 한참 넘겼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될 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고 사람들 사이에 2m 이상 거리를 두어야 했을 때, 함께 모일 수도 없고 더구나 미사 봉헌까지 어려워졌을 때, 이제 좀 나아지나 보다 하고 희망의 불을 지피기 시작하고도 변이라는 종(種)에 그 불씨를 빼앗기게 되었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는 우리가 단단히 벌을 받는구나 하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하지만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는 일치의 영성으로 부름받았으니 ‘모든 이가 하나’ 되기를 바라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자고 마음을 추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