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신앙살이] 원래 있어야 할 그 자리 찾기 개갑순교성지 사무실 밖 외곽에는 수국 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봄이 되어 성지 내 꽃나무들이 꽃을 피울 때에도 수국은 그저 평범했지만, 6월이 되자 보라색, 흰색, 붉은색 등 형형색색 꽃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수국은 무성한 잡초가 있는 구석진 곳에 자리해 쉽게 눈길이 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옮겨 심을 자리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성지 사무실에 노크를 했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순례를 오신 분이 대뜸 말했습니다. “저기 외진 곳에 핀 수국이 너무 예쁜데, 혹시 좀 가져갈 수 있을까요?” 나는 속으로, ‘세상에, 이런 가난한 성지에서 뭔가를 가져갈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안 된다’고 정중히 말씀드렸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