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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일진(?)이 정말 사나울까’

Berardus 2021. 7. 21. 04:36

[세상살이 신앙살이]

‘일진(?)이 정말 사나울까’

 

어느 날 저녁, 교우분 중

복분자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첫 수확을 했다고

맛을 좀 보시라며 복분자 열매를 공소로 보내 주셨습니다.

살면서 오디, 산딸기, 블루베리 열매는 먹어 본 적이 있지만

복분자 열매는 처음 맛보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함께 사는 동료 신부님과 복분자 열매를 먹었는데,

특별하게 달콤한 맛은 없었습니다.

이에 동료 신부님의 제안으로 요구르트에 찍어서도 먹어 보고,

믹서에 갈아서도 먹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맛은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침식사로

한 통에서 반 이상을 덜어내 먹은 후,

복분자 통을 들어 올렸는데 순간 통을 놓치는 바람에

대부분의 복분자를 땅바닥에 쏟았습니다.

너무 아깝고 또 귀하게 농사지어 주신 고마운 것이라

나와 동료 신부님은 땅바닥에 떨어진 복분자를

다시 잘 주워서 씻은 다음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물을 마시려는데 갑자기 주전자에서

물이 확 쏟아지는 바람에 식탁 위는 물로 흥건해졌습니다.

평소와 달리 갑자기 연달아 두 번이나 실수를 했더니,

동료 신부님 앞에서 머쓱해졌습니다.

이런 나를 보던 동료 신부님은,

“강 신부님, 오늘 일진이 사나운 데 조심하셔요.”

그러자 나는 웃으며, “가톨릭 사제가 일진은 무슨!

바보 같이. 일진이 아니라 내가 요즘 늙어서 그래.

아이 참, 손에 힘이 없어서 이렇게 잘 쏟네.”

그렇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내 방으로 들어오는데 그날의 복음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자기 형제를 가리켜 바보라고

욕하는 사람은 중앙 법정에 넘겨질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동료 신부님에게

웃으며 ‘바보’라고 말한 것 같은데

, 문득 성경 말씀이 떠오르면서 뭔지 알 수 없는 찔리는 감정에,

일진 같은 건 믿지 않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내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했으니,

그 말 때문에 정말로 중앙 법정에 넘겨질까(?) 두려워,

오늘 하루는 조심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날 오후, 본당 주임신부님과

회의가 있어 고창성당으로 가는데,

평소 같으면 도로 위에 차가 없으면

쬐끔 많이 과속(?)으로 달리는데, 그

날은 정말 난생 처음으로 규정 속도 60㎞,

70㎞를 지키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그렇게 30분을 운전하는데,

운전 내내 제한 속도를 유지한 날은 그때가 처음이지 싶었습니다.

사실, ‘일진이 사나울 것 같다’는 형제의 말은 안 들었지만

그날의 복음 말씀, 즉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한 것이

양심에 찔려…. 아무튼 아주 착한 운전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차로 끝 지점에서 좌회전을 하려는데,

‘아뿔싸…!’ 바로 앞에 차량 한 대가 멈추어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별 문제없이 급정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곳은 교차로이면서 윗도로와 이어지는 곳입니다.

그런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좌회전을 하는 부분에

도로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대형 차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좌회전 하자마자 구석 쪽에 차가 멈추어 있는지는

좌회전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 차는 길을 잃었는지,

정말 위험하게 거기에 서 있다가

내 차가 진입하는 것을 보더니,

서둘러 불법으로 차를 우측으로 꺾더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날 과속을 했으면 정말 큰 일이 날 뻔 했습니다.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았다면, 좌회전 하자마자

그 차와 충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결과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아침에 연거푸 했던 실수. ‘일진이 사납다’는 말은 안 믿는 듯했지만,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한 것은 중앙법정에 끌려가지나 않을까…,

그건 믿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조심해야 할 것과

기본을 지키며 살아야 할 것들은 참 많습니다.

그러기에 조금만 천천히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다면 일진이 사나울 일도,

형제에게 바보라고 말할 일도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