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할 때면,
묵주기도의 횟수를 늘리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곤 합니다.
그리고 매번 10월 7일, ‘묵주 기도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이 되면 평소 때보다 묵주기도
한 꾸러미를 더 바칠 것을 결심하며,
신자들에게도 은근히 강조합니다.
그러던 중 올해 10월 6일 저녁이었습니다.
가볍게 딸꾹질을 하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숨도 참아보고, 혼자 경기 들린 사람처럼 놀라도 보고,
몸을 숙인 채 천천히 물을 마셔 보았습니다. 그
러다 효과가 있어 딸꾹질이 멈출 만하면 또 하고,
멈출 만하면 또 하고…. 밤 10시가 넘도록 딸꾹질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다 밤 12시, 새벽 1시, 새벽 2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딸꾹질을 멈추려고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마신 것이
잠을 못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딸꾹질이 멈추는가 싶어서
잠이 들려하면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야 했고,
그렇게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면 또 다시 딸꾹질을 하고.
딸꾹질이 멈추면 화장실을 가고,
그러다 보니 거의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잠을 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잠을 못 잔 것도 아닌 상황!
머리는 몽롱한 상태가 됐습니다.
그래도 그날 오전 10시의
본당 미사는 드려야했기에 방에서
하느님께 기도하며 목놓아 외쳤습니다.
‘주님, 미사 드릴 동안만 딸꾹질을 멈추게 해 주세요.’
그런데 진짜로 신기한 건 10시
미사를 집전할 때엔 딸꾹질이 멈춘 겁니다.
그래서 미사를 가까스로 봉헌했고,
강론 중에 ‘오늘은 묵주기도의 성모님 기념일이니
묵주기도를 한 번이라도 더 바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미사를 잘 마치고, 제의방에 들어서자마자,
하느님은 내 기도를 어찌 이리 정확하게 들어 주셨는지….
또 다시 딸꾹질이 시작됐습니다.
그날 딸꾹질은 저녁때까지 계속됐고,
딸꾹질도 스스로 지쳤는지 어느덧 밤이 되자
진정될 기미가 보였습니다.
너무 지치고 피곤한 나는 일찌감치 누웠는데….
글쎄, 근래 들어 처음으로 잠을 푹 – 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딸꾹질은 자연히 멈춰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평소 미사 전에
성모님께 미사를 잘 봉헌할 수 있도록
옆에 계셔 주십사 청하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쳐왔었는데.
그 전날은 묵주기도를 바치지 못했고,
뿐만 아니라 묵주기도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이라
신자들에게는 묵주기도를 한 번이라도
더 바치자고 말은 했지만 정작 나는
한 단도 바치지 못했습니다.
순간,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치지
못했다고 밀려오는
이 죄책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왜 기도 때문에 죄책감을 갖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겉으로는 성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쳤지만,
속으로는 기도의 의무감과 묵주기도의
횟수에만 집중되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나는 매일 묵주기도를 몇 단 이상씩
바치는 열심한 신앙인이라는 생각에 갇혀,
율법주의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피로가 쌓여
몸의 과부하 신호로 딸꾹질을 심하게 하자, ‘
나를 돌보지 않는 나’를 보시고 성모님께선
나에게서 묵주를 빼앗아 가신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성모님께서는 딸꾹질로 괴로워하는 나를 아시고,
‘사랑하는 아들아, 좀 쉬렴.
네가 하느님 안에서 잘 쉬기만 해도,
나는 너의 쉬고 있는 숨소리에서
묵주기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성모님 마음을 떠올려봅니다.
의무나 횟수가 아니라, 묵주기도 ‘한 단’ 혹은
‘성모송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바칠 수 있다면!
그렇다면 하느님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성모님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딸꾹질이 멈추면서,
내 안에 있는 죄책감도 멈추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