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교리 ▒▒ /∞가톨릭교리해설 286

[영성 이야기]아이를 버려야 하는 어미의 아픈 사랑

[영성 이야기] 아이를 버려야 하는 어미의 아픈 사랑 순례길에서 마주친 신앙 선조들의 인간적 아픔 4월 중순에 본당 성지 순례단장인 후배 부부와 함께 4박5일로 제주도 성지순례 답사를 다녀왔다. 본당 가족들을 모시고 18회나 성지순례를 이끈,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이들 부부와 함께하는 여정이 행복했다. 이들 부부는 코로나19로 단체 성지순례를 할 수 없는 이때에도 계속해서 답사를 다니며 다시 열릴 성지 순례 길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걷는 걸음은 가볍고 기꺼웠다. 제주교구에서 개발한 순례길은 모두 여섯 코스로 신축화해 길, 김기량 길, 정난주 길, 김대건 길, 이시돌 길, 하논성당 길이다.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복자는 제주 최초로 세례를 받았고 제주 최초의 순교자로 제주에 신..

[세상살이 신앙살이] 자연과 나 사이의 경계 (上)

[세상살이 신앙살이] 자연과 나 사이의 경계 (上) 고창에서 살아보니, 개갑장터순교성지와 심원공소 주변에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그런 장면을 마주치면 먼저 마음에 담고, 그리곤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평소 잘 아는 사진작가에게 그 사진을 전송합니다. 제가 찍은 장면을 보신 사진작가는 두 차례 이곳 성지를 방문해 직접 다양한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아침, 사진작가가 내게 전화를 했습니다. “신부님, 오늘 거기 가서 사진 좀 찍을게요. 성지와 주변의 겨울 사진, 특히 눈 오는 성지의 모습을 찍어 두려고요. 새벽 동틀 무렵에 사진이 잘 나오기에, 성지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새벽에도 작업을 해 볼까 합니다.” 고..

[톡 쏘는 영성] 나를 보호해주는 분노

[톡 쏘는 영성] 나를 보호해주는 분노 싫은데도 한 마디 못하는 사람들 자기감정 억눌러 분노 근육 퇴화 혼자서 ‘아니오’ 말하는 훈련 해야 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고, 분노도 유용한 면이 있습니다. 분노는 자기보호 기능을 갖습니다. 시골 동네에 똥개 한 마리가 있습니다. 동네 아이들의 분풀이 대상입니다. 엄마에게 야단맞은 놈들이 길을 가다가 똥개들을 보면 발로 찹니다. 아무 이유 없이 말입니다. 그렇게 매일 얻어맞던 똥개 한 마리가 결심을 합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놈 발목을 대차게 물고 죽어야지!’ 어느 날 아침 자기를 건드리는 동네 개구쟁이 발목을 힘차게 뭅니다. 아이는 울며불며 동네방네 소문을 냅니다. “그 똥개 건드리지 마세요! 성질 사나워요!” 그러면서 그 후로 건드리는 놈이 아무도 없답..

[세상살이 신앙살이] 창고 청소와 노래방 기계

[세상살이 신앙살이] 창고 청소와 노래방 기계 공소 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 한 켠에서 늘 신경 쓰이는 곳은 여기 공소의 창고입니다. 그 이유는 창고 안에 들어가 보면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정작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 창고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과장이 너무 심한가요!) 그래서 언젠가는 ‘창고 정리를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답니다. 수도원 형제들이 하루 봉사 활동을 하러 공소에 왔습니다. 그 인원의 절반은 나무 정리를 도왔고, 나머지 형제들은 창고 정리에 나섰습니다. 공소 회장님도 오셔서 창고 정리 ‘반장’역할을 하셨습니다. 형제들은 창고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꺼내 공소 마당에 펼쳐놓았고, 공소..

[세상살이 신앙살이] ‘외양간 경당’

[세상살이 신앙살이] ‘외양간 경당’ 개갑장터순교성지 담당 신부로 발령을 받은 후, 우여곡절 끝에 순례자들을 위한 자그마한 경당을 짓게 되었습니다. 전주교구와 고창군으로부터 토지사용 승인을 받고, 힘과 용기를 주는 고창본당 신부님의 지지에 힘입어 3개월 정도 행정적인 절차와 설계도면 제작 기간을 거친 후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경당 건축과 함께 성지 경당의 의미를 담을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지어질 개갑장터 순교성지 본 성당의 명칭이 ‘복자 최여겸 마티아 순교 기념 성당’이 되기에, 이름의 중복을 피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본 성당이 지어지기 전, ‘마중물’ 역할을 할 경당이면서도, 순례자들에게 영적인 가치를 제공할 이름이면 좋겠다는 생각..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청원기도, 자유로움으로 나아가는 길

[생활 속 영성 이야기] 청원기도, 자유로움으로 나아가는 길 “아버지 당신 손에 제 영혼을 맡깁니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기까지 나는 그동안 수도 없이 이직을 준비하고 시도했었다. 매일같이 채용 관련 웹사이트를 살펴보면서 내 전공 관련 기관에 지원하고 떨어지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정말 괜찮은 곳에서 채용 공고가 났고, 그곳에 지원해서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게 됐다. 처우와 복지, 근무 환경, 위치 등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지원 서류를 내는 날부터 나는 그곳에 합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정말 열심히 기도를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도하고, 잠자기 전에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기도를 했다. 제발 저를 꼭 합격시켜 달라고, 당신의 훌륭한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하..

[톡 쏘는 영성] 감정도 죄인가?

[톡 쏘는 영성] 감정도 죄인가? 많은 이들은 분노도 죄라고 여겨 감정 그 자체를 죄로 볼 수 없어 예수님도 불의에 화내신 적 있어 상담을 하다 보면 죄가 아닌 것을 죄라고 생각하고 자기를 질책하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특히 화를 낸 것에 대해 죄스러워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심지어 마음 안에 분노가 생긴 것까지도 죄라고 여기는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왜 화를 내는 것을 죄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분들이 “주님께서 화내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냐?”, “본당 신부님께서도 화내는 것은 물론 마음 안에 분노를 품은 것도 죄라고 하셨다”고 답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말씀하신 주님께서는 정말 화를 내신 적이 한 번도 없는 늘 온유한 분이셨는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성전에서 상..

[생활 속 영성 이야기] 해가 뜨면 기도하기 좋은 날, 비가 오면 기도하기 더 좋은 날

[생활 속 영성 이야기] 해가 뜨면 기도하기 좋은 날, 비가 오면 기도하기 더 좋은 날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성호를 그으며 “사랑해요. 주님!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오늘 하루도 당신께 의탁합니다. 저의 생각을 없애 주시고 성령님께서 제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루가 되게 허락해 주소서. 또한 모든 이들이 주님의 축복과 성모님의 보호 속에서 몸과 마음이 평화로운 하루가 되길 청합니다”라고 기도한 후 침대에서 내려온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오롯이 나와 관련된 것만 기도하던 내가 아픈 남편으로 인해 지금은 일면식도 없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2020년 여름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동료이자 꾸르실료 봉사자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군대 간 아들이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나..

[세상살이 신앙살이] ‘교리시간에 배운 대로 했는데…’

[세상살이 신앙살이] ‘교리시간에 배운 대로 했는데…’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부부로부터 돌아오는 주일날 점심 때 시간이 되면 만날 수 있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돌아오는 주일날은 하루 종일 수도원에 머물면서 밀린 빨래와 방청소를 하는 날로 정했기에, 다행히도 그 부부와 흔쾌히 점심 약속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주일날 오전 바쁘게 움직인 후, 점심 무렵 그 부부와 만났습니다. 특히 형제님은 몇 달 전에 세례를 받았는데, 영세 후 첫 만남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그 부부는 내게 맛난 것을 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더욱 ‘맛난’ 대화를 위해서 근처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찻집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형제님은 신자가 된 후 약간 힘들고 속상했던 경험을 나에게..

[톡 쏘는 영성]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라.

[톡 쏘는 영성]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라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노력 복음 정신과도 어긋나지 않아 자주 웃으며 행복 만들어 가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약점으로는 그 어떤 성과도 이룰 수 없다. 성과를 낳는 것은 강점이다.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려는 것은 복음적인 정신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심지어 주님께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당신의 행복을 포기하셨다는 기발한 논리까지 펼칩니다. 성경을 제대로 안 본 것이지요. 주님께서 피곤하실 때 어디로 가셨을까요? 나자로의 집에서 쉬셨다고 합니다. 왜 하필 그곳에서 쉬셨을까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