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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또 한 번 은총을 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Berardus 2021. 12. 6. 07:49

[생활 속 영성 이야기]

"또 한 번 은총을 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며칠 전 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총회 준비를 위해

양산 정하상 바오로 영성관에서 꾸르실료 임원 회의를 했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만난 임원들은 반가움에 부여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대표 지도 신부님 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니,

3박4일 봉사할 때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스쳐지나갔다.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교회를 다시 방문할 계획을 세우면서

신자들에게 한 말씀이 떠오른다.

“또 한 번 은총을 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2코린 1,15)

또 한 번 은총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한 번 맛보면 또 찾게 된다.

친한 자매가 올해 4복음서를 완필한 후

전체 성경 완필을 목표로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꾸르실료 봉사를 권유받았을 때

나는 봉사자로서 부족함이 많고 시간이 없다고 주저했지만,

첫 봉사 후부터는 불러 주실 때마다 기쁘게 달려갔다.

이렇듯 은총의 맛을 아직 모르는,

혹은 잊어버린 분들에게 꾸르실료 참가를 권하고 싶다.

지난 2년 동안 중단되었던 꾸르실료 교육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춰 재개하기 위해 운영방안을 고심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꾸르실료 교육에는 65세 이상이 참가하는 은총(실버)꾸르실료가 있다.

본당 어르신 중에, 고된 삶을 사시다가 30대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 고생하며 자식들을 키우신 70대 자매님이 계셨다.

어느 날, 자매님의 한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매님은 불면증이 와 잠을 못 주무시고,

빈집에 혼자 있는 것도 두려워하며 슬픔과 우울 속에 지내고 계셨다.

그분을 볼 때마다 더이상 외로움과

고통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남은 삶을 기쁘게 살기를 바라면서

꾸르실료 참가를 권했다.

배움이 짧아 자신이 없다며 안 된다고 하셨지만,

예수님 제자들도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설득하면서 용기를 북돋워 드렸다.

어렵게 결정을 내리고 참가한 그분은

처음엔 움츠러든 모습으로 소극적이었으나,

일정이 진행됨에 따라 미소를 짓고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변화되었다.

못 배운 한과 고된 시집살이와 자식을 잃은 슬픔을

하느님 앞에서 다 털어 놓으시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도 다 토해 내시며 마음껏 우셨다.

난생 처음 귀한 대접을 받고,

난생 처음 이런 교육도 받아 본다 하셨다.

하느님 사랑을 깊이 느끼면서 위로받았고,

동료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생활한 3박4일이 천국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더이상 혼자 집에 있어도 무섭지 않겠고 잠도 잘 수 있겠고

가슴의 못도 다 빠진 듯하다고 기뻐하셨다.

딸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미치지 못했던 세대를 사셨던 우리 어머니들,

시댁과 남편과 자식 삶만 살았지 정작 본인 삶은

살지 못하셨던 우리 어머니들,

못 배웠다는 부끄러움으로 남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항상 숨어서 위축된 삶을 사셨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께 나는 실버 과정의 꾸르실료를 권하고 싶다.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용기 내어 참가하셨던 분들은 한결같은 말씀을 하신다.

내가 이 교육을 안 받고 죽었더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지금까지 성당만 다녔지 너무 몰랐다,

하느님이 정말 나를 사랑하시는 줄 이제 알았다….

주님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매일 매일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듬뿍, 가득, 넘치도록 부어 주시는 그 은총을 나도 누리고,

저 자매도 누리고, 저 형제도 누리게 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축제이고 싶고, 불꽃 펑펑 터지는 기쁨이고,

맛있는 인생이고 싶다.

나 혼자만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고, 이쪽 가지,

저쪽 가지, 윗가지, 아랫가지,

모두 주렁주렁 열매 맺어 풍성한 나무이고 싶다.

공동체 안에서의 친교란 달리기 경주가 아닐 것이다.

나 혼자 잘 달려 1등으로 들어오는 경주가 아니라,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세우고 부축하면서 같이 결승선 들어오는,

한 발씩 묶어 달리는 팀 경기라 생각한다.

내가 넘어져 있을 수도 있는 경기이기에

형제라 부르고 자매라 부르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친교의 관계 안에서,

모두 같이 그분의 은총을 또 한 번 누리게 하고 싶다.

꾸르실료가 그 기회를 줄 수 있음을 확신하며 꾸르실료 교육이

꼭 시작될 수 있도록 자비의 주님께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