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수도 생활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날마다 여러 주제로 조별 나눔을 했습니다.
하루는 정결 서원에 대하여 나누다가,
공동체 생활이 힘들지 독신이 뭐가 어렵냐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물론 수도 생활보다 결혼 생활이 더 쉬울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사람이 마음을 모아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제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대해
크게 잘못된 기대를 지니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음으로 바랐던 공동체는 사랑만이 흘러 넘쳐서 평화롭고 행복하며,
누가 보아도 저 안에서 꼭 살고 싶다고 느껴지는 그러한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살려고 하는
그러한 공동체라면 결과적으로 그 공동체는
“자기 마음에 드는 이들끼리만 모여 사랑”하는 친목 단체에 불과할 것입니다.
불화나 어려움이 하나도 없을 테니,
그런 공동체라면 세리들이나 다른 민족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모두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결코 사랑하기 쉽지 않은 이들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일할 때에는 나를 도와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신세를 지면서도
나를 피곤하게 하는 그러한 사람을 사랑하라고 명하십니다
. 더욱이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 참 너무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시는지요?
원수마저도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사랑의 새 계명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며,
착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않은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는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글자 그대로 오늘 복음의 최종 목표는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