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는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 아버지”라는 표현을 꼭
“나와 너”의 아버지가 아닌 경우에도 쓰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라는 말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 사람과 대화하면서
“내” 아버지를 “우리” 아버지라고 말하면 큰일 납니다!
자기 형제가 아닌 사람에게는 결코 “우리 엄마”라고 하지 않고
자기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는 “우리 집”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들에게,
“우리 아버지”라는 표현은 분명 “아버지”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우리”가 한 형제라는 의미도 강하게 담고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주님의 기도는 공동체적입니다.
양식을 청하면서도 나의 양식만을 청하지 않고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청하고, 죄의 용서를 청해도
“저희 죄를” 용서해 주십사고 간청하며 또한
“저희를” 악에서 구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주님의 기도 전반부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하지만 이 기도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이루어지도록 간청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기도를 올리지 않더라도 당신 뜻을 충분히 관철하시어
역사를 움직이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원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간청하는 것입니다.
곧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순종할 수 있는 은총을 간구하는 것이지요.
전반부의 기도는 찬미와 감사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 후반부는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하느님의 손에 맡기며 기원합니다.
우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현재 필요한 일용할 양식과
영혼의 양식인 성체성사도 청하며,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조건에서
우리가 범한 과거의 잘못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청합니다.
아울러 미래에 있을 시험과 시련,
유혹과 악에서 구해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이와 같이 주님의 기도는 기도의 본질적인 찬미와 감사,
속죄와 청원의 내용을 담은 기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완전한 기도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옆 사람이 나의 형제라고 느껴지시는지요?
이 기도를 올릴 때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기꺼이 받아 주실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과 자세를 가다듬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