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지도층은
사도들과 순회 설교가들과 선교사들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람들을 계속 격려하고 가르치면서
그들이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도록 보살폈습니다.
그러나 코린토 교회에는 저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 나는 아폴로 편이다.
나는 케파 편이다.”(1코린 1,12) 하면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바오로 사도의 증언을 살펴볼 때,
오늘 독서에 등장하는 언변이 좋은 아폴로는 아마도
여러 가지로 그를 궁지에 몰아넣거나 바오로에게 어려운 문제를 던져 주어
공동체의 일치를 위협하던 한 집단의 우두머리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에 따르면 그는 과거를 청산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복음의 협조자가 되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신앙 공동체 안에서 힘을 얻습니까,
아니면 본당 공동체 안의 삶이 짐스럽고 지치게 합니까?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줍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까?
주님 안에서 같은 신앙을 고백하면서
하나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삶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약점 때문에 실망하거나
당혹스러워하는 우리에게 오늘 독서의 말씀은 커다란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오늘 독서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부활과 복음의 기쁨으로 공동체에 활력이 넘쳐흐릅니다.
서로에게 그 기쁨과 활력을 전해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전해 주는지 살펴봅시다.
바오로는 갈라티아와 프리기아 신자들의 힘을 북돋아 주고,
아폴로는 에페소에서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며 담대하게 설교합니다.
프리스킬라와 아퀼라가 아폴로에게 가르침을 주고 형제들도 그를 격려합니다.
격려를 받은 아폴로는 다시 아카이아에서 신자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이와 같이 초기 공동체는,
사도나 선교사만 신자들을 가르치고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모두 서로 격려하면서
믿음을 키워 주고 가꾸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복음에서 주님께서 명하신 대로 우리가 그분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면 무엇이든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것이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의 조짐이 보이는 공동체라 하더라도 사도들처럼 문제를 해결하려고
먼저 그분께 겸허하게 간청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노력한다면,
보호자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이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복음 말씀대로 우리 기쁨은 충만해질 것입니다.
아울러 이 기회에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
(『복음의 기쁨』 첫머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기쁨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힘과 용기와 희망과 활력을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이는 복음을 믿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