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수난사’(18―19장) 바로 전에
그분의 ‘고별사’(13―17장)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께서 부활하신 다음인 부활 시기에 이 고별사를 읽으면서 묵상하다 보니,
마치 이 말씀들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발현하시어
당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제자들이 좀 더 쉽게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비록 예수님께서는 떠나가시지만 곧 성령께서 오시리라고 믿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한 대로 이 고별사는 예수님께서 죽음을 앞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떠나가신다는 말씀에 제자들이 근심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지금까지는 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중심에 계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 말고는 어떤 공통점도 없는 열두 사람이,
그분께서 떠나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자들의 앞날은 그저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고 하십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훌륭한 교황님 한 분만 계셔도 교회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지고,
훌륭한 지도자 한 사람만 있어도 본당과 단체가
얼마나 활기를 띠게 되는지를 우리가 이미 체험하였는데,
예수님께서 떠나시는 것이 제자들에게 과연 이로울 수가 있을까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분명 그렇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보호자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실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눈에 보이는 방법으로 그들과 함께 계시면서
이끌어 주시기를 더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이제부터는 너희 안에서 활동하실 성령께 귀를 기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시간과 공간 안에서 활동하셨다면 성령께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시면서
어느 곳에서든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계속 수행하시는 보호자 역할을 하실 것입니다.
보호자 성령께서 함께하신다면 오늘 독서의 바오로와 실라스처럼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오실 위로자 성령을 기다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