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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님 말씀]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라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종신서원미사 강론)

Berardus 2022. 2. 26. 07:14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종신서원미사

 

2022. 02. 12.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찬미예수님!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요?

불과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 확진자 숫자가

몇 천 명이더니 지금은 5만 명이 넘었습니다.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때문에 전파력이 매우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치명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하니까 크게

겁이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독감보다는 훨씬 높다고 하니까

개인방역을 잘 하셔서 모두 끝까지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큰 문제가 코로나로 인하여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에 나라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생활만이 아니라

신앙생활까지 흔들어 놓았습니다.

안 그래도 냉담신자들이 많은데 더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잃어버린 우리의 신앙생활과 영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엄중한 코로나 시대에

이승현 알로이시아 수녀님의 종신서원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우리 수녀님에게 큰 은총을 내려주시어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로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루카 10, 38-42)은 예수님께서

어느 날 길을 가시다가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들렀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 집에 가끔 들이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집 식구들과 상당히 친했던 것 같습니다.

요한복음 11장을 보면 마르타와 마리아의 오빠인 라자로가 죽었을 때

예수님께서 눈물까지 흘리시는 것을 보고

유다인들이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여튼 예수님께서는 갈릴레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오고 가고 하시면서

이 집에 자주 들리셨고 편하게 쉬시곤 하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쨌든 예수님과 제자들이라는 큰 손님들이

자기 집에 오셨으니까 마르타는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참으로 분주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동생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마르타가 예수님께 다다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 41-42)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사실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입니다.

그 한 가지 때문에 여러분들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떠나

이 수도생활을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까!

 

이탈리아에 있는 까말돌리 여자 수도원이

우리나라에 진출하였는데 정착지를 찾다가

김천 증산면 황점리 장자터에 들어오기로 하였습니다.

장자터는 조선시대 때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산골짜기에 들어 와서 형성된 교우촌이었는데,

지금은 깊은 산 속에 우거진 나무들과 돌담들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황점리에 임시숙소를 마련해주었는데

다음 주 금요일에 축복식을 가지려고 계획했다가

코로나 확산으로 부활절 후로 연기하였습니다.

까말돌리는 분도회 계통의 봉쇄수도원입니다.

그래서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에 집을 짓고 사는 것 같습니다.

봉쇄든, 봉쇄가 아니든, 수도자로 산다는 것이

오늘날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 쉽지 않은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은

그분들이 정말 필요한 그 한 가지를 알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래서 성 베네딕도의 수도규칙에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라.”는

말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그 외에 다른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분 안에 머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것도 너를’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성녀 대 데레사의 기도에 곡을 붙인 노래인데,

곡과 가사가 참 좋습니다.

이 노래는, 한국의 어느 수녀님(박경자 암브로시아 수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이 독일의 어떤 본당에 파견되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성소까지 흔들리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중에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전기를 읽다가 이 기도문을 보고

너무 위로가 되어서 귀국 후에 그것을 번역하여 같은 회의

동료 수녀님(김충희 호세아 수녀)에게 작곡을 의뢰하여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 아시는 노래이지만 가사만이라도

이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묵상해볼까 합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