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허원하여
(교구 제1주보 축일 미사 강론)
찬미예수님,
오늘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교구 주보 축일을 지냅니다,
통상적으로 교구 주보는 축일로,
교구 제2주보는 의무기념일로 경축하지만,
그 주보를 모신 본당,
오늘 루르드 성모님의 경우에 이곳 성모당과,
계산 성당, 범어 성당 등에선 주보 대축일로 지냅니다.
성모당 상단에 적힌 것은
“1911년 무염시태 성모님께 허원 하여 1918년 (완공)” 이렇게 읽어집니다.
사실 1911년 4월 23일 당시 서울 교구 경향신문사에 일하시던
드망즈 한국명 안세화 신부님은, 뮈텔 주교님이 전해준 파리발 전보에서,
자신이 신생 대구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4월 8일자 임명).
이후 6월 11일에 뮈텔 주교님께 명동에서 주교 서품을 받고,
6월 26일 월요일에 대구로 오신 드망즈 주교님은,
계산동 루르드의 성모 성당에서 착좌식을 하고,
다음날 대구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그리고 7월 2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주일에 주교님은
계산동 성당에서 그곳 ‘루르드 성모님을 교구 주보로 모시고,
또한 신생 교구의 재정 관리를 맡아주실 분으로’ 모셨으며,
덧붙여 허원을 하시는데요.
“신생 교구의 빈약한 기금의 소비 없이,
기금은 사도직 사업에 사용하도록 두고,
첫째, 주교관 건축, 둘째, 신학교 건축,
셋째 계산동 성당의 증축 방도를 마련해 주신다면,
주교관내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 루르드의 성모동굴과
가능한 한 비슷한 동굴을 만들고 모든 신자들이
이곳에 순례하도록 있는 힘을 다할 것을 허원 합니다.”라고 불어로 적었습니다.
‘서류 3통을 작성해 한 통은 주교좌계산성당 성모상 밑에 두고,
다른 한통은 프랑스 루르드 성전에 보관하도록 발송될 것이고,
또 한통을 교구 문서고에 보관한다.’ 적었습니다.
이어서 주교님과 선교사들은 서명하였고,
이와 함께 서 아오스딩, 정 바오로, 김 요셉 등 신자 30명이 날인하였습니다.
이렇게 허원을 하였는데요,
1913년에 주교관을 완공하였고,
1914년에 신학교를 건립하였으며, 전쟁이 발발하여
셋째 청이 이루어지기가 어려워 성모 굴은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1916년말 소세 신부님이 중병으로
임종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은 드망즈 주교님은
소세 신부님을 낫게 해주시면 주교좌성당 증축 전에
성모 굴을 건축하겠다고 허원을 고쳐하게 되었고,
소세 신부님이 치유되자 1917년 7월 31일부터
평탄화 작업을 시작하였고, 공사 도중인 1917년 12월 30일에는
주교좌성당의 증축 방법도 주셔서 셋째 청도 이루어주셨습니다.
1918년 10월 13일에 완공된 성모당과 성모상을 축복하셨습니다.
이때 신자들에게 성모당 순례를 이렇게 권고하셨습니다.
“루르드 허원 굴에 남녀 교우들이 참배하기를 권면하노라.
교우들이 참배할 뜻이 대개 세 가지 있을 수 있으니,
한 가지는 성모님을 그저 공경하고 감사할 뜻으로 참배함이요,
한 가지는 영혼이나 육신의 은혜를 얻고자 하여
굴 앞에서 구하며 기구의 특별한 효험이 있을 줄 믿는 뜻으로 참배함이요,
한 가지는 영혼이나 육신의 은혜 얻기를 원하는데
성모님께서 얻게 하시면 굴에 참배하기로 미리 허원하고
은혜를 받은 후에 허원을 채우기 위하여 참배하는 뜻이니라.
남방 남녀 교우들은 이 세상에서 성모님을 열심히 공경함으로
영혼과 육신의 은혜를 많이 받은 후에 천당에 가서는
성모님의 석상이 아니라 벨라뎃다와 같이 성모님을 친히 뵈옵고
성모님과 한가지로 영원히 있기를 바라노라. 아멘.”
덧붙여 우리는 카나의 기적 때
성모님이 하신 말씀을 잘 새겨야 하겠습니다.
혼인 잔치에서 술이 떨어진 것을 아신 성모님은
마치 우리 신자들을 위해서 전구해 주시듯 하느님의 아드님께 그 사실을 알리시고,
아드님의 완곡한 거절에도 굴하지 않으시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돕는 어머니다운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마디 하십니다.
요한복음 2장 5절의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과연 그렇게 하자 포도주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성모당 루르드 성모 굴 앞에 모여온 우리 모두 이 말씀을 잘 실천하여
우리 삶에도 은혜로운 일이 풍성하게 일어나도록 합시다.
다시 듣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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