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교리 ▒▒ /∞가톨릭교리해설

[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上)

Berardus 2020. 10. 11. 06:15
[세상살이 신앙살이]

‘아하 그렇구나!’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무렵부터 우리 본당에서는 첫영성체 교리반이 언제 시작되는지가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됐습니다. 그 이야기 중심에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간절하게 염원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첫영성체 대상자 아이들은 아마도 주일학교 미사를 갈 때마다 영성체를 하는 언니, 형들이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보좌 신부님과 나는 여러 상황들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방법을 모색했고, 자모회와 교리 봉사자들이 철저하게 감염 예방 수칙을 지원한 가운데 아이들 8명이 참여한 첫영성체 교리반을 개설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씩 교리 수업 시간을 정했고, 보좌 신부님과 선생님들은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했습니다. 첫영성체 교리반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첫영성체 교리반 수업을 잘 따라갔습니다. 가끔 교리반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과 성당 마당에서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 입 안에는 하나 가득 간식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웃게 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세상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간식’인 듯합니다. 그렇게 첫영성체 교리반이 끝나고 아이들이 다 돌아가면,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어떤 녀석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간식을 준비해 주는 자기 엄마가 교리실 뒷정리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갔던 겁니다. 그 녀석 체형은 나랑 비슷한데, 나를 볼 때마다 코로나19와는 아랑곳없이 곰(?)처럼 달려와 꼬옥 안아 줍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아이의 아버지도 나와 비슷한 덩치에 배가 많이 나왔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그 녀석은 나의 배를 꼭 안았고, 저녁엔 자기 아빠의 배를 꼬옥 안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빠, 아빠 배랑 우리 주임 신부님 배랑 똑같아. 그래서 주임 신부님 배를 안고 있으면 아빠 배를 안고 있는 것 같아.” ‘이그… 그 말을 그대로 나에게 전해 주는 그 녀석의 엄마도… 이그!’ 암튼 그 녀석은 엄마를 기다릴 때마다 뭔가를 먹고 있거나, 엄마를 졸라서 받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나는 녀석을 볼 때마다 어릴 때 교리 공부를 그렇게 싫어했던 내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녀석을 볼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인생 뭐 어때. 건강하면 최고지. 그리고 뭐, 모르면 모르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사는 거야, 알겠지?” 드디어 첫영성체를 앞두고 그 동안 배운 것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찰고’, 즉 주임 신부 앞에서 시험을 치는 날이 왔습니다. 그날은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들까지 은근히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사제관 정리를 다 했다는 신호를 보내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사제관 집무실로 보냈습니다. 집무실에 들어온 아이들은 90도 인사를 하며 자기 이름과 본명을 말하고 소파에 앉았습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귀여워 죽을 뻔 했지만 겉으로는 근엄한 척 앉아서 함께 ‘성호경’을 그은 후, 교리 준비를 잘 했는지를 점검했습니다. 아이들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기도문도 외우고 ‘칠성사’, ‘십계명’ 등도 곧잘 대답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습니다. 드디어 나를 보면 달려와 안기며 내 배를 만지는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긴장한 그 녀석의 모습을 보자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그 녀석이 교리나 기도문은 잘 모른다고 판단했던 나는 어려운 교리를 물어본 후에 폼-나게 교리를 가르쳐주면서, 멋진 선생 노릇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이 소파에 앉자마자 대뜸 물었습니다. ‘하느님이 누구시냐?’ 그러자 그 녀석은….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