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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님 말씀] 사제직이라는 보물 (제4차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Berardus 2022. 6. 17. 19:05

제4차 사제피정 파견미사

 

2022. 06. 17.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지난 2년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제연중피정을 개인이 자율적으로 하였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사정이 좀 나아졌기 때문에

교구 주관으로 여섯 차례 나누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 피정은 4차 피정인데

성경통독피정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유익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교구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하느님 말씀을 따라’ 라는 사목지침으로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 ‘주교님들과 함께 하는

온라인 성경통독 40주간’을 실시했는데 많은 신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제목이 ‘주교님들과 함께 하는 성경통독’이라서

저도 참으로 오랜만에 성경통독을 1년에 걸쳐서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하는

여한준 신부님의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평가 시험도 세 번 쳤었습니다.

다 끝나고 나니 성취감이 밀려왔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시간에 쫓겨

읽어내는 데 급급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하고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성경통독을 마친 신자들의 노트를 거두어서

맨 뒷장에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저의 싸인을 해주었는데,

그 노트들을 들여다보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노트에 그날 읽은 성경말씀에서 느낀 점들과

자신의 기도를 꼼꼼히 적은 분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분들은 묵상과 기도를 함께 하면서 통독을 하였을 것입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나 평신도나

공동의 목표는 성덕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우리를 거룩함으로 이끄는 것은 하느님 말씀과 성령이십니다.

그래서 말씀과 성령께 늘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요즘 ‘젊은 신부님들이 강론을 참 잘 하신다.’는

이야기를 신자들로부터 가끔 듣게 되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신자들로부터 가끔 “신부님들,

강론 때 정치 이야기 그만 하면 좋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쩌다가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강론 때마다 정치 이야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 이야기나 세상 이야기는

언론이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실컷 들었는데,

성당에 와서까지 또 그 얘기를 들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강론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때

정치 이야기로 때우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일 것입니다.

사실 성경 말씀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모릅니다.

강론이라는 것은 원래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여

그것을 우리 삶에 비추어서 들려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안 되면 그날의 성경말씀을 이병호 주교님처럼 외워서

다시 그대로 선포해도 훌륭한 강론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성령강림대축일 이후에

지난 2주 동안 복음말씀으로

우리는 마태오 복음의

산상설교 말씀을 계속 들었습니다.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애송되는, 정말 주옥같은 말씀들입니다.

그러나 실천적인 면에서는 부담스러운,

그래서 소외되고 있는 말씀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마태 6,19-23)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고,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6,19-20)

이 말씀이 단순히 ‘재물을 땅에 쌓지 말고

하늘에 쌓아라.’는 말씀일까요?

그래서 자신을 위해 재물을 모아두지 말고,

교회에 많이 희사를 하라는 말씀일까요?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다고 여겨집니다.

여기서 ‘보물’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

목숨을 걸만한 것,

온 마음과 정성으로 투신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태오 복음 13,44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우리는 어떤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까?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살 정도의 보물을 발견하였는지요?

우리가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고 자기 인생을 걸고

투신할 만한 보물을 우리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21)

그러면 우리 마음이 가는 곳이 어디입니까?

우리는 매일 무엇을 바라며 살고 있는지,

내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내 눈은 어디를 좇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태오복음 5,20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쉽게 말해서 ‘자타가 열심하다고 하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보다 옳게 살지 않으면

너희들도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신다고 여겨집니다.

‘열심’으로 치자면 우리는 그들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열심한 것 하고 옳게 사는 것 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는 과연 하느님과 신자들 앞에서 옳게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면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성찰들을 하면서

좀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꾸준히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의 사제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선물로 주신 이 ‘사제직’이야 말로

우리의 ‘보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보물이 더욱 빛을 낼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