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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주교 말씀] 내어준 그를 받아먹고 그와 함께 산다는 것은 (이문희 대주교 선종 1주기 추모미사 강론)

Berardus 2022. 3. 22. 15:38

이문희 대주교 선종 1주기 추모미사

 

2022년 3월 14일 성모당

이대주교님의 1주기 추모미사입니다.

추모는 그분의 훌륭한 모범을 재현하고

이를 본받아 산다는 뜻입니다.

여기 함께 모이신 분들 각자

생전의 이대주교님에 대한 여러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저도 중고등 주일학교 복사단 시절 이대주교님이 계산동에

현대 스텔라라는 작은 차를 타고 소박하게 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또 93년 12월 루르드에서 재 유럽 대구대교구 사제 신학생 모임에서

라면에 소주 한 잔 하시며 소탈하게 이야기 나누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최근에 이대주교님의 미발표 시,

일기, 강론, 에세이 등을,

많은 이의 사랑 받은 시들과 함께 엮은 유고집 <

사람이 사랑이 되다>가 발간되었습니다.

유고집에서 단상 4. <성체성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리스도의 제자라 자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 모두 사는 것은

사랑으로 되는 일이라는 것을 상당히

깊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는 것은 결국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살아 있었다면 사랑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아니 주지는 못했을 지라도 받았고

또 받은 것을 어렴풋이나마 아는 것으로

사랑에 답한 상태인 것이다.

(중략)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독신생활을 하면서,

실은 이 세상에서 남을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내 살과 피를 나누는 일치와 일체감을 느끼면서 살지 않고서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며 이 살과 피가

생명에 또 사랑에 진실로 접목되어 내 안에 살게 하는가? (중략)

사랑은 구체적인 성사 행위이다.

성체를 우리에게 주셨다.

빵과 포도주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주신다.

먹고 마시어 내 몸과 하나를 이루게 하신다.

내 안에서 함께 사신다.”

여기에서 성체성사가 어떻게 내 안에서

생명으로 사랑으로 현존하게 할 것인가 하는

이대주교님의 질문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답이 되는 듯한 대주교님 시도 나누고 싶습니다.

제목 <내 살을 먹어라.> “누가 배고파 우는 이들을 모른 체 할 것인가.

눈에 보이는 무엇이라도 먹고 살 것이라면. 집어줄 것이 아니냐.

내 피라도 먹고 살 수 있다면, 내 살이라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주어서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

누구든지 마지막 줄 것은 자신 밖에 없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요한 6,51)

만나를 먹고도 죽었는데,

먹으면 죽지 않고 살 빵이 어디 있으랴 만은,

예수는 스스로 ‘살아 있는 빵’,

그의 몸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산다고 하신다.

부활하여 그는 죽지 않고 지금 우리를, 함께

‘내 안에 살 것’이라 하셨으니(요한 6,56-57)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

주더라도 한두 사람, 아니 오천 명에게나 줄 수 있을까.

그는 이제 자유로이 모든 사람에게 내어주고도 남으니,

내어준 그를 받아먹고 그와 함께 산다는 것은,

내 몸을 남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니냐.

 

네. 이렇게 글로써 이대주교님 생각을 접하니,

대주교님께서 그렇게 사랑하셨던 생명의 빵 예수님을 우리도 모시고,

또 내 몸을 남에게 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대주교님은 예수님과 루르드의 성모님과 함께,

떼이야르 드 샤르뎅, 나가이 타카시 박사를 좋아하셨습니다.

그분들이 그리스도를 따르고 닮으려는

그리스도인이라서 좋아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호시피스 자격증을 따셨는데,

예수님처럼 사랑을 내어주시려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에 교구장님께서는 이대주교님 유산

5억을 대구가톨릭대학교 장학금으로,

5억을 교구 사회복지회 장학금으로 정하셨습니다.

기존의 주교성성25주년 기념 장학금과 더불어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대주교님의 말씀 “내어준 그를 받아먹고 그와 함께 산다는 것은,

내 몸을 남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니냐.”를 기억하며,

우리도 예수님을 모시고 나를 내어주는 ‘애주애인’을 실천하다가,

하늘나라에서 이대주교님을 반갑게 만나 뵈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