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교리]
그리스도교 장례
(「가톨릭 교회 교리서」1680~1690항)
죽음, 그리스도 죽음과 부활에 일치하는 완전한 순간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문턱
마냥 피해야 할 대상 아닌
평생 준비해야 하는 과제
저의 어렸을 적 첫 기억은 ‘할머니의 죽음’입니다.
초록색 벼가 경쟁하듯 자라날 때 울긋불긋 상여가 그 사이로
멀어져가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때 들리던 짤랑짤랑 종소리와 구슬픈 곡소리는
죽음에 대한 잔잔한 첫 기억을 남겼습니다.
어머니는 “죽음은 무덤 속에서 영원히 잠드는 거야”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내가 사라집니다.
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공포. 이것이 어린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잠자는 것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온종일 정신없이 행복하게 놀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하루를 행복하게 살면 잠이 두렵지 않구나!
그러면 평생을 행복하게 살면 죽음도 두렵지 않겠구나!’
그 이후 지금까지 저의 인생 좌우명은 ‘행복’입니다.
죽음의 순간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하신 말씀을 반복하고 싶습니다.
죽음은 마냥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평생 준비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편안한 잠자리를 맞이하려는 마음으로 살면 실패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을 항상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면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고 사랑이라는 유일한 가치를 살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이 이렇게 고마운 은총이 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이
영원한 생명으로 넘어가는 문턱임을 부활로 알려주셨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죽음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일치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순간입니다.
교회는 이에 따라 장례미사를 연중 주일에 하는 것도 허락하였습니다.
장례는 죽은 이가 “하늘나라 식탁에서
완전한 파스카에 참여하게”(1689) 되는 순간으로
“그를 ‘아버지의 손에’ 맡겨 드리는”(1638) 어쩌면 가장 완전한 파스카이기 때문입니다.
참된 파스카 봉헌은
자신과 이웃을 위한 큰 축복을 부릅니다.
황창연 신부의 강의 ‘사는 맛 사는 멋’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황 신부가 본당 신부로 있을 때 천사 같은 봉사자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농사지은 배추로 김장해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봄이면 뒷마당에 키운 닭을 잡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백숙을 대접하던 형제였습니다.
어느 날 성당에서 밤늦게까지 봉사하고 나오다가
버스와 정면충돌하여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시신을 수습하고
새벽 두 시에 집에 돌아와 잠자는 아이를 깨웠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나 정말 신기한 꿈을 꾸었어.
아빠 손을 잡고 온갖 꽃이 만발한 꽃밭을 거니는데 너무 좋았어.
꽃밭 끝에 다다르니 하늘로 뻗은 계단이 나 있었고
날개 달린 천사 두 분이 우리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는 거야.
나는 너무 신나서 빨리 올라가자고 했더니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가야 하는 길이야.
너는 나중에 올라와’ 하면서 아빠가 날개 달린 천사들이 있는 하늘로 올라갔어.”
죽음은 봉헌이고 봉헌은 축복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죽음은 “마지막 파스카”(1680)입니다.
파스카는 제사이기도 하지만 축복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지상에서의 이 마지막 예배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완전히 일치시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하루가 미사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면
온 생애는 마지막 파스카를 위한 정성 어린 준비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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