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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문] 늘어가는 고독사, 교회 역할은?

Berardus 2022. 2. 19. 17:48

늘어가는 고독사, 교회 역할은?

 

‘방치된 죽음’ 전 세대로 확산… 소통과 관심으로 막을 수 있다

 

사각지대 노인층 집중됐으나
중장년·청년층으로 점차 확대
경제적 고립과 외로움이 원인

 

                           ※무연고 시신이란 ①연고자가 없는 시신 ②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                                                          ③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시신을 말함.                                           -자료 출처 보건복지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고,

사망 후에도 오랜 기간 시신이 방치되는 무관심 속 죽음인 이른바

‘고독사’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4월 1일 의결되는 등,

정부 및 지자체에서도 고독사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고독사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그간의 사례들을 통해 확인해본다.

■ 연령 가리지 않고 늘어나는 고독사

고독사는 사회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독거노인층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노인층만이 아니라 중장년층, 청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월 2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구내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숨진 50대 남성을 발견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20대 청년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청년의 거주 공간에는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을 비관하는 내용의 수기가 있었다.

1월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무연고 시신처리 현황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 3159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12년 1025명 대비 200%가량 급증한 수치다.

특히 2017년 2008명에 이른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3052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사망자가 1226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50대 619명, 60대 909명(65세 미만 489명, 65~69세 420명), 40대 245명,

40대 미만 66명 순이다.

성별로는 남성 76%(2403명)가 여성 약 21%(662명, 신원미상 94명 제외)를 앞섰다.

통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사망자 연령대 중

50~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중년 남성들이 이른 은퇴로 인한 실직과 가정파탄 등으로 겪는

경제적 고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50세 이하 무연고

사망자 수 증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165명이던 해당 연령대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311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통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고독사 발굴이

더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수치라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 등

정부는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요원하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지난 1월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예산이 전혀 없을 정도다.

 부산교구 남밀양본당 신자들이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함께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본당은 지난해부터 고독사 방지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남밀양본당 빈첸시오회 제공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지난해 3월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에 개소한 ‘참 소중한…’ 센터에서 독거 중장년들이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 이영우 신부 제공

■ 고독사 방지, 결국 ‘연대’가 핵심

한국교회는 고독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방지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회장 이병욱 요한 크리소스토모,

이하 한국 빈첸시오회)는 2018년부터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공모지원 사업으로

‘고독사 방지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 빈첸시오회는 마산, 춘천, 청주, 전주 등 총 11개 교구 23개

빈첸시오협의회를 통해 고독사 위험에 노출된 이들의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 후 인근 본당 빈첸시오 회원들이

월 1~2회 가정을 방문하고 생활보조금을 지원한다.

‘고독사 방지 운동’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 빈첸시오회 조순희(소피아·부산 광안본당) 부산교구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총 27명 대상자를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며

“특히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부터 복지시설 등에서

주기적인 돌봄이 힘들어진 상황을 고려,

최대한 지원 대상자들을 방문하며 정서적인 돌봄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고독사 방지 운동’을 계기로

본당 차원에서 고독사 방지를 위한

돌봄에 사목 역량을 집중하게 된 사례도 있다.

부산교구 남밀양본당(주임 도정호 바오로 신부)은

본당 사회복지분과와 빈첸시오회가 함께

고독사 위험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나눠주고,

가정을 방문하는 등 돌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당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단체 활동이 어려움을 느낀 뒤로는

고독사 방지 돌봄에 모든 사목 활동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나충열 요셉 신부)는

지난해 3월 서울 대학동 고시촌에 ‘참 소중한…’ 센터(담당 이영우 토마스 신부)를 개소했다.

센터 개소는 대학동 내 시민·종교단체들과 함께하는 연대 및

관계망 회복 활동인 ‘대학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19년 이곳에서 벌어진 북한이탈주민 모자 고독사 사건이 계기가 됐다.

센터는 대학동 지역 특성에 맞춰 40~50대 독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관계망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빈민사목위원회 고시촌 담당 이영우 신부는

“이곳에 온 중장년들은 스스로 실패했다는 생각에

관계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소통하고 조금씩 관계 형성을 하며

자존감을 살리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함께한다는 것’을

직접 부딪치며 알리는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로 고립이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형제애를 통한

정서적인 돌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고독사 예방, 더 확대돼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황경원 안드레아 신부)도

산하 복지시설에서 고독사 예방 활동을 위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등,

교회 안에서도 고독사 예방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 빈첸시오회는 올해 5월 25일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늘어가는 고독사 예방에 중점을 두고자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지난 3년간의 ‘고독사 방지 운동’ 성과와 개선점 등을 나누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빈첸시오회 이병욱 회장은

“코로나19는 많은 이들에게 물질적 고립을 형성하게 한 만큼,

고독사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사례들을 종합했을 때 교회만의 돌봄이 아닌

외연 확장을 통한 돌봄 발굴 및 영역 확대도 필수적”이라며

“특히 본당을 넘어 신자와 민·관이 함께 연계해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분배하는 체계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