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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세계 인신매매 반대를 위한 기도의 날, 억압된 이들을 해방하는 '바키타 성녀' 조각품 공개

Berardus 2022. 2. 14. 06:30

세계 인신매매 반대를 위한 기도의 날,

억압된 이들을 해방하는 '바키타 성녀' 조각품 공개

 

탈리타쿰(인신매매에 반대하는 수도자들의 국제단체),

길이 6m 달하는 작품 공개... 성녀의 사랑과 인신매매 현실 보여줘

 

          ▲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탈출시키는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조각상.                                                    '억눌린 이들을 자유롭게 하라'.                                           [바티칸시티=CNS]

한 수녀가 맨홀 뚜껑을 열자 지하에서 물이 역류하듯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10대 소녀, 중년의 부인, 동전 세 닢이 든 동냥 바가지를 들고 있는 소년…

한 남성은 눈을 감고 옆구리 꿰맨 상처의 통증을 견디고 있다.

머리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어깨 근육이 발달한 것으로 미뤄 막노동판에서 혹사당한 일꾼 같아 보인다.

흑인 수녀는 ‘이제 자유야. 여기서 빨리 도망쳐!’라고 말하는 듯하다.
    

인신매매에 반대하는

수도자들의 국제단체인 탈리타쿰(Talitha Kum)은

8일 세계 인신매매 반대를 위한 기도의 날에 이 청동 조각품을 공개했다.

길이가 6m에 달하는 이 대형 군상은 캐나다 조각가 티모시 슈말츠가 만들었다.

작품명은 ‘억눌린 이들을 자유롭게 하라(Let the oppressed go free)’.
 

작품 속 수녀는

아프리카 수단 출신의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1869~1947)다.

바키타도 7살 때부터 유럽 노예시장에서 팔려 다니는 ‘물건’ 취급을 받다

자유의 몸이 된 후 수도회에 입회해 50년 동안 수도 생활을 했다.
 

바키타는 한국에는 덜 알려졌지만,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는 지명도가 매우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성녀 바키타를 고통에 굴복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의 모델로 제시했다.(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32항 참조)

일반알현장에서 표지에 성녀 사진이 들어간 소책자 들어 보이며

“이 여인을 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앞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도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앞부분에서 이 여인을 희망의 증인으로 소개한 바 있다.  
 

탈리타쿰에서 국제담당자로 일하는

가브리엘라 보타니 수녀는 “작품에서 바키타는 인신매매 피해자들과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착취당하거나 팔려나간 사람들을 탈출시키고 있다”며

“성녀의 사랑이 인신매매 폭력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인신매매 피해 여성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직업과 기회를 찾아 나섰다가

범죄자들의 손에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직업이 불안정하고 노동착취가 만연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인신매매에 대해

“인간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없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생긴 깊은 상처”라고 말했다.

또 “많은 소녀가 인신매매범의 노예가 되어 강제로 일하도록 내몰리고,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구타를 당하고

일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서도 인신매매를

‘현대판 노예제’라고 비판하며 인류 공동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노예가 되어 버린 네 형제자매는 어디에 있느냐?

불법 공장이나 매춘 조직에서, 구걸에 이용되는 어린이들 안에서,

불법 노동 착취를 당하는 이들 안에서,

네가 날마다 죽이고 있는 형제자매는 어디에 있느냐?

아무 일도 없는 척하지 맙시다. …

오늘날 우리 도시에는 이 악명 높은 범죄망이 단단히 구축돼 있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편의로 침묵의 공모를 하여 이에 직접 관련돼 있습니다.”(211항)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4000만 명 이상이 인신매매에 연루돼 있다.

이 가운데 71%가 여성과 어린이다.

인신매매는 불법이민 거래, 강제노동, 미성년자 노동착취,

성매매, 장기밀매, 강제조혼(早婚), 강제구걸 등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억눌린 이들을 자유롭게 하라’

군상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설치될 예정이다.

광장에는 티모시 슈말츠의 대형작이 이미 한 점 설치돼 있다.

2019년 이주난민 140명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형상화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천사들(Angels Unawares)’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