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가진 십자가♡
남들은 모두 하는 일마다 잘도 풀려지고,
별난 불행도 당하지 않고 잘도 살아가는데
유독 자기 자신만은 못 당할,
못 견딜 일만 당하면서 제일 불행스럽고
억울하게 산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불운만이
자기의 것이라고 탄식한 이 사람은
하느님을 찾아가서 불평을 했다.
자신에게 지워진
삶의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으니
남들의 십자가처럼 가볍고
덜 힘든 것으로 바꾸어 달라고.
"저어기,
여러 가지 십자가가 있으니,
원하는 것으로 바꾸어 가라"고 하시면서
하느님께선 쾌히 허락하셨다.
그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십자가가 있는 곳,
즉 큰 것, 작은 것, 무거운 것, 가벼운 것,
험악한 것, 보드라운 것 등
여러 가지 십자가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그들 중에서
가장 작으면서 가장 가볍고
그리고 가장 보드라운 십자가 하나를 골라 들고
이것을 가지겠다고 하나님께 아뢰었다.
하느님께선 쾌히 허락하셨다.
그 사람이 자신이 골라 든
가장 견디기 쉬운 십자가를 들고 보니,
거기에 바로 자신의 이름이 씌어 있더라고.
자신이 지고 사는 십자가가
가장 견디기 쉬운 것인지도 모르고
오히려 불평과 원망만 했던 것이다.
아마도 누구나
자신의 짐이 가장 힘겹고
가장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의 생애야말로 제일 비극적이며,
한 권의 소설 속의 주인공보다도 더 기막힌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기가 살고 있다고
아파하며 절망하며 자신을 원망하리라.
아마도 가장 가볍고
견디기 쉬운 십자가를 지고서도
그걸 깨닫지 못하는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
그 누구도 자신의 십자가 가
자신의 능력보다 가볍다고는 생각지 않으리라.
그래서 그 누구도 하느님께
좀 더 무거운 좀 더 고통스러운
불행의 십자가로 바꾸어 달라고는 하지 않으리라.
이겨 낼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고통과 역경에는 처하도록 하시지
않으신다는 신의 자비를
나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것 같다.
-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