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어린양(1.29-34)♡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미사가 끝나고 한 아이에게 붙들립니다.
신부님. 예수님이 하느님의 고양이예요?...???
뚱딴지같은 물음에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알고 봤더니
그날 불렀던 성가 가사의 대목이었습니다.
`천주의 고양이시며..를
천주의 고양이로 알아들었던 겁니다.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 앞에
도저히 웃을 수 없었습니다.
뜻을 찬찬히 설명해 주고 나니
그제야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하느님의 고양이로 부르던 아이.
엄마를 따라 저도 모를 가사를
읇 조렸을 걸 생각하니 새삼 웃음이 납니다.
하지만 먀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이해 못하는 단어에 매달려
미사 내내 분심이 들었을 아이 생각을 해 보니
그 진지함이 외려 부러워집니다.
성체를 받들고
하느님의 어린양을 높여 부르지만
실상 어린양인지 고양이인지도
분간 못할 분심으로 봉헌하는
우리 어른들의 분심이
더 큰 죄 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아이를 만나고부터는
자꾸만 고양이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하느님이 우리 집 고양이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어린양이 고양이와 헷갈릴 분심이라면
성체의 주님께서도
우리더러 `야옹` 하고 꾸집으실지 모를 일입니다.
-《아침을 여는 3분 피정》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