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에 속하지만 역사 기록이라기보다
교훈적 이야기를 전하는 토빗기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모범적인 이스라엘인의 모습을 제시합니다.
이번 주간에는 이 토빗의 이야기를 묵상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 크게 강조되는 덕목은 자선입니다.
토빗은 자신이 평생 진리와 선행의 길을 걸어왔고
유배지에서는 자선을 베풀었다고 고백합니다.
유배 오기 전에는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하는 등
율법과 규정에 따라 열심히 살아왔지만,
유배를 가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선과 같은 애덕 행위를 기쁘게 실천합니다.
토빗은 아들 토비야에게 “자선을 베푸는 모든 이에게는
그 자선이 지극히 높으신 분 앞에 바치는
훌륭한 예물이 된다.”(4,11)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유일한 장소인
예루살렘 성전에 갈 수 없는 그가 유배지에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자선과 사랑의 실천뿐이었습니다.
토빗은 잔칫상을 차려 놓고 가난한 이들을 초대합니다.
그러나 동족이 살해되어 장터에 버려졌다는 말을 듣고서는
잔치 음식을 그대로 두고 가서 그를 묻어 주고 슬퍼합니다.
그에게 자선은 사람을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거나
재산의 일부를 조금 떼어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살해되어 죽은 이를 묻어 주려고 잔치 자리를 걷고 일어나는 토빗의 모습은,
의롭게 살아가려는 이들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를 알려 줍니다.
나의 행복에만 도취되어 그것을 즐기기보다는 우는 이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손을 잡아 주고 위로해 주는 것,
이것이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제물입니다.
구약 성경에는 이스라엘을
포도밭으로 지칭하는 비유가 많이 발견되는데
오늘 복음도 같은 내용을 다룹니다.
이 비유는 포도밭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당신 종들인 예언자들을,
포도밭인 이스라엘과 포도밭 소작인인 지도자들에게 자주 보내셨지만
백성과 지도자들은 그들을 붙잡아 때리고 모욕하고 죽이기까지 하다가
마침내 하느님의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님마저 죽였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포도밭을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시어
가꾸도록 하실 것입니다.
이처럼 소작인들의 무례에 비해,
주인의 호의와 인내와 배려가 돋보입니다.
여기서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신뢰와 관대함과
인내를 시험하면서 악용하고 있지만 하느님의 정의와 심판이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목숨을 걸고 자선과 사랑을 실천하는 토빗의 모범과,
목숨을 내주면서까지 관대한 주인에게 못할 짓을 하는
악한 소작인의 만행을 비교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