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해답을 보면 모두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답을 찾아내려면
세상을 한 바퀴 돌아야 할 경우가 있지요. 집회서도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집회서는, 지혜가 어디서 오는지 깨닫는 책입니다.
집회서의 마지막 장에서 시라의 아들 예수는 자신이 어디서 지혜를 찾아냈는지 말해 줍니다.
“기도 가운데 지혜를 구하였다.”
지혜는 하느님에게서, 율법의 가르침을 통하여 온다는 것입니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집회서는 기원전 2세기의 책입니다.
이전에 오랫동안 사람들은 인간 이성의 능력으로 지혜를 찾으려고 애를 써왔습니다.
사람이 가 볼 수 있는 곳까지 찾아가 보고, 파헤칠 수 있는 것은 모두 파헤쳐 보았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진리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인간의 이성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른 길을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지혜는 인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있다는 진리입니다.
그 전환점을 이루는 책이 집회서입니다
. 문화사적으로 찬란했던 이집트 사람들의 지혜를 탐구하고
그리스 철학을 만나게 된 바로 그 시점에,
시라의 아들 예수는 인간적인 지혜의 한계를 이미 넘어서서
참된 지혜는 하느님 말씀 안에 있다고 가르칩니다.
집회서에서 말하는 지혜에 도달하려면 배우는 마음,
겸손하게 듣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내가 절대로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은 인간 지혜의 한계
그 이상을 넘어설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을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만납니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절대 진리 자체이신
당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적인 질문을 제기하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세례자 요한이
어디에서부터 권한을 받고 세례를 베푸는지 되물으셨습니다.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자 그들은 진실과 진리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진리 또는 옳고 그름에 대하여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까.
하느님의 말씀,
곧 진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말과 주장과 아집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