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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배기현 주교, 한일 갈등 관련 담화 발표 [2019-08-18 [제3158호]

Berardus 2019. 8. 19. 14:47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배기현 주교,

한일 갈등 관련 담화 발표



▲배기현 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는 광복 제74주년인 8월 15일 ‘1945년 8월 15일, 새로운 질서, 평화를 항하여’라는 제목으로 담화를 냈다. 배 주교는 이 담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의 경제 제재는 새로운 폭력이고 과거에 저지른 불의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배 주교는 아울러 “선의의 양국 시민이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교회는 그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오늘날, 인류의 역사는 이웃 간의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나아가는 상생의 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담화 전문. ■ 1945년 8월 15일, 새로운 질서, 평화를 향하여 1945년 8월 15일, 이웃하는 두 나라 한국과 일본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습니다. 한 나라에는 해방의 빛이 비치고, 다른 한 나라에는 패전의 어두움이 드리웠습니다. 어느 ‘역사적 사건’이든 그 이면에는 언제나 배경이 있고, 그 배경은 광범하고 오래도록 영향을 미칩니다. 한쪽에는 ‘기쁨과 희망’을, 다른 한쪽에는 ‘슬픔과 고뇌’를 안긴 1945년 8월 15일의 역사적 사건도 그렇습니다. 8·15의 직접적 배경은 제국주의의 무모하고도 위험한 팽창의 결과로서, 전 세계 수천만 명을 살상하고 사회를 초토화한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전입니다. 1945년 8월 15일! 그 역사적 사건은 세계 질서 차원, 민족과 국가 차원의 광범한 영역(정치, 경제, 문화, 국제질서)에서 개인·집단적 삶에 깊고도 오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질서는 이른바 ‘동·서 냉전’의 시대로 재편되었습니다. 패전국이었던 일본은 이 냉전의 전장에서 연합국 미국의 동맹국이 되어, 동북아 지역에서 외교 및 군사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과 중국의 팽창을 막는 미국의 최전선을 형성하였으며, 경제적으로는 부흥을 이루었습니다. 한편, 군국주의 일본의 35년 폭압적 식민지배를 받던 대한민국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해방되었으나, 동서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분단과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미·일과 함께 북·중·러의 사회주의 국가들의 팽창을 막는 최전선을 형성하면서 ‘민족의 부흥과 통일’을 향한 험로를 걷게 됩니다. 그 이후 우리는 세계 질서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국제관계에서 냉전의 양극 질서는 해체되고, 다극의 질서와 동시에 세계화의 길을 밟았습니다. 어느 변혁에도 그늘이 있는 법이어서, 다극과 세계화가 낳은 그늘은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고조되었습니다. 군사적 긴장과 충돌들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균형 역시 ‘세계화’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국의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민족(일국)주의’의 기치를 내세우고, 밖으로는 ‘패권’ 다툼을 벌이는 형국입니다. ‘위대한’ 미국, ‘EU 탈퇴’의 영국, ‘강한’ 러시아, ‘급부상’ 중국, ‘보통국가’ 회복의 일본 등이 그렇습니다. 가히 ‘새로운 사태’ ‘새로운 질서’라 할 만합니다. 역사적으로 광복 74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사법부의 식민 시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수출 제한 조처를 단행함으로써, ‘한-일’의 갈등이 불거져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는 형국에 이르렀습니다. 언어와 나라, 심지어 관습마저 빼앗겼던 지난 35년간의 어둠 속을 걸었던 한민족에게 최근 불거진 일본의 경제 제재는, 이 뜻깊은 해에 돌출한 새로운 폭력이며, 이는 과거에 저지른 불의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외면한 처사라 생각됩니다. 직접적으로는,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의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과 식민지 지배 책임과 관련한 현안 때문일 수 있습니다. ‘화해를 향하여’, “한일 정치 지도자들은 긴장을 높일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과거를 마주하고, 미해결인 채 두어 온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해결해” 나갈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시도가 결실을 맺어 일본과 한국, 일본과 한반도의 신뢰와 우호 관계가 발전하고, 그것이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실현으로 이어지도록”(2019년 8월 15일,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회장 담화) 함께 뜻을 모아 기도하자는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의초대에 한국 천주교회는 형제적 사랑으로 일치하여 연대합니다. 그러면서 근원적으로는, ‘새로운 질서’와 ‘사건과 인류의 요구와 염원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그 계획의 진정한 징표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인간적인 해결’을 찾아야 할 교회의 소명(제2차 바티칸 공의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 11항 참조)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잊지 않습니다. 선의의 양국 시민이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교회는 그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날, 인류의 역사는 이웃 간의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나아가는 상생의 길을 요구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패전’ 그 배경과 영향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오늘의 일본’, 그리고 오늘의 ‘한일관계’를 성찰합시다. 우리에게는 ‘평화 통일’과 ‘인류 보편적 가치 실현’의 과업이 놓여 있습니다. 한일관계에서는 ‘새로운 질서’에 부응하는 올바른 길, ‘진리와 자유, 정의와 사랑’의 길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물론, 그 새로운 질서를 찾기 위해 언제나 요구되는 필수적 전제 조건은 ‘참회와 정화’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특히 교회는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을 기념하며, 성모님의 신앙 고백(루카 1,46-55)을 그 ‘참회와 정화’의 거울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 100년 전 일제의 식민 통치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간 이들을 자애로이 품어 주소서. 또한, 저희가 티 없이 깨끗하신 어머니의 성심을 닮아 ‘용서합니다.’ 하고 고백할 용기를 지닐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시고, 이웃 나라와 평화의 연대로 하나 되어 마침내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저희에게 필요한 은총을 빌어 주소서. 아멘. 2019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