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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일본, 교황 비핵화 촉구와 평화 메시지에 ‘촉각’ [2019.08.18 발행 [1527호]

Berardus 2019. 8. 19. 06:48

일본,

교황 비핵화 촉구와 평화 메시지에 ‘촉각’ 교황, 오는 11월 일본 사목방문… 일왕·아베 총리 만나고 피폭 희생자들에게 위로 전할 계획.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일본 사목방문을 통해 전 세계에 핵 없는 세상, 
항구한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교황을 특별 알현한 일본인 신자들이 
교황 생일 축하 케이크를 전달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1월 일본 사목방문을 앞둔 가운데, 일본 교회와 지역 사회도 기대감을 속속 드러내며 교황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교황은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대로 11월 23~26일 일본을 사목방문한다. 교황의 이번 사목방문 주제는 ‘비핵화’와 ‘평화’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 일정만 보더라도 피폭 지역 방문과 희생자 만남이 우선이다. 교황은 24일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지역을 방문해 원폭 자료관 등을 둘러보고, 피폭 희생자들을 만나 위로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교황은 나루히토 일왕과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고, 도쿄돔에서 일본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미사를 주례한 뒤 일본 종교 지도자, 수도자들과도 만나는 일정을 갖는다. 특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1945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이 투하돼 큰 희생자를 낸 지역으로, 당시 히로시마에서만 14만여 명, 나가사키에서는 7만 4000여 명이 사망했다. 오늘날 14만 5000명이 생계형 피해자로서 생존자 증명서를 소지해 살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82.6세인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일은 198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문 이후 38년 만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당시 도쿄와 히로시마, 나가사키를 방문하고, 원폭 피해자들을 만난 뒤 핵 폐기를 요구하는 평화 호소문을 발표해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교황 사목방문의 의미와 메시지 또한 선대 교황이 전한 내용의 연장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교황청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과 완전한 군축을 향한 전망’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고, 2015년에는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핵 폐기를 국제사회에 호소했었다. 2017년에는 핵보유국 간 무기개발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상황이었으며, 지금도 북한, 인도, 파키스탄, 이란 등은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들은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내년 ‘2020 NPT 평가회의’를 앞두고 현재 회의 준비에 한창이어서 교황의 메시지는 더욱 주목된다. 이에 일본 사회는 이번 교황 방문이 핵무기 위협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교황의 방문은 원자폭탄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우리에게 분명 용기를 줄 것”이라며 “교황이 핵 폐기와 세계 평화 유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토미히사 타에 나가사키 시장도 “교황이 ‘나가사키가 마지막 원자폭탄 공격 장소가 되도록 하라’는 우리의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본 주교회의 의장 타카미 미츠아키(나가사키대교구장) 대주교는 지난달 메시지를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우리는 핵 폐기의 실현을 모색하고, 인간 발전이 평화를 구축할 수 있기를 주님께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의미를 더했다. 특히 매년 8월 6~15일 바쳐온 ‘평화를 위한 기도 10일’ 기간에 평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사회 건설을 위해 기도하자고 독려했다. 아울러 타카미 대주교는 산케이신문 영자 매체인 ‘재팬 포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인 비행기 조종사는 사실 가톨릭 신자였다”며 “부끄럽게도 그는 이륙 전 사제의 축복까지 받았다. 미국은 이후 일본을 폭격한 흔적을 없애려 했고, 지금까지도 원폭의 참상을 자국민에게 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시 나가사키 폭격으로 우라카미성당은 파괴됐고, 교회 신자 1만 2000명 중 8500명이 사망했다. 타카미 대주교는 공교롭게도 당시 태중에 있었는데, 그의 이모와 할머니가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개인 일화도 전했다. 아울러 아사히신문은 8일 일본 교회가 원폭 투하 74년 만에 미국에서 보관 중이던 나가사키 우라카미성당의 십자가를 반환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나가사키 주둔군으로 있던 미 해병 월터 후크가 발견해 보관하던 십자가로, 타카미 대주교는 “십자가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말해주는 동시에 희망을 주는 표징”이라며 ‘원자폭탄 십자가’로 이름 지어 교황이 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황의 이번 일본 사목방문으로 다시금 지구촌 비핵화와 항구한 세계 평화를 향한 메시지, 나아가 이웃 나라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호소도 덧붙여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