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印號·sacramental character·character sacramentalis)
하느님 부르심으로 새겨진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
죄 짓더라도 취소될 수 없어
◈ 인호(印號·sacramental character·character sacramentalis)
-세례·견진·성품성사를 받은 신자에게 새겨지는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
세례를 취소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혹시 교적이 사라진다면 세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어질지 몰라도
세례성사를 통해 받은 표지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 지워지지 않는 표지가 바로 인호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인호라는 상징은 기름부음과 가까운 상징”이라며,
인호가 “성사가 남기는 지울 수 없는 ‘특성’을 표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인호는 영어로 특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character’라고 번역한다.
인호 교리의 핵심은 바로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은
인간의 불성실에도 결코 취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저지르는 죄와 잘못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맺은 계약을 취소하지 않으신다.
신약성경에서도
인간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하고 죽였음에도
부활을 통해 다시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신다.
인호 교리는
‘이단 종파에서 받은 세례도 유효한가’를
따지는 논쟁을 하면서 대두되기 시작됐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 논쟁에 관해
“전례적 예식을 통해 행해진 세례는 유효하지만,
교회 밖에서 행해질 때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성사를 통해 인호를 받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와 닮게 돼 비신자들과 구분되고
교회의 성찬례에 참여할 자격을 얻는다고 봤다.
이렇게 형성된 인호 교리는 1439년 피렌체공의회에서 수용됐고,
1545년 트리엔트공의회에서도 재확인됐다.
인호는 단순한 표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취소되지 않는 하느님의 표지,
즉 인호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인간의 응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은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고,
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려고 힘쓴다”(11항)고
인호를 받은 신자들의 응답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