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 추모 열기, 시복 운동으로 확산되길

김 추기경 추모 열기, 시복 운동으로 확산되길

서울·대구대교구,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미사…

명동대성당 들머리에 시비 제막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관계자들이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시비를 제막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가 5일과 6일 잇달아 봉헌됐다.

서울대교구는 5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미사’를 거행했다.

정 대주교는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무척

암울했던 독재 체제에 있을 때 민주주의의 보루 역할을 해주시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주셨다”며 “우리 가톨릭 신앙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이 되셨다”고 말했다.

이어 “김 추기경의 탄생 100주년이자 선종하신 지 어느덧 13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추모와 존경의 여운이 계속 이어지며 추기경의 시복을 위한

신자들의 염원도 교회 안에 일고 있다”며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하고

추모하는 열기가 우리 신자 개개인들 사이에 널리 퍼지면서 시복 운동이 일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미사 후에는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시비’ 제막식과 축복식이 열렸다.

시비에는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의 ‘명동성당’ 시가 국문과 영문으로 새겨졌다.

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명동성당 언덕에는 어떤 조형물도 허락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축복된 시비는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이 특별히 허락하셨고,

명동성당 조학문 주임 신부가 부임하면서 2년간 준비해서 건립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축복식에는 구요비 주교, 조학문 신부 등

교구 사제들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호승 시인, 시를 영문으로 번역한 안선재 수사가 함께했다.

박 장관은 “추기경이 선종하셨을 때 기자로서 기사를 쓴 경험이 있고

지금도 깊이 존경하고 있다”며 “특히 스스로 말씀하셨던 ‘바보’는 큰 울림이고

모든 사람에게 낮은 자세로 함께 어울리고 그들과 함께 나누라는 가르침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고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성모당에서 추모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최태한 명예기자-

교구가 두 곳에서 미사를 봉헌한 까닭은

김 추기경이 대구교구청 인근에서 출생했고, 4~5세 때부터 신학교에 가기 전까지

정착했던 군위 용대리 생가와 주변 땅을 이문희(1935~2021) 대주교가 매입해

군위군에 기증, 김 추기경 기념 공원과 기념관을 건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모당 미사를 주례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은 남에게 밥이 되어 주는 삶을 사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조 대주교는 “김 추기경께서는 늘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지원했다”면서 “고인을 닮아 사랑 나눔 바보 운동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성모당 미사에는 사제와 신자 60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추천서를 써서 신학교에 입학한 부산교구 원로 사제 왕영수 신부는

김 추기경의 나눔 정신에 따라 100억 원의 전 재산으로 성의학교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장학기금을 조성한 것을 소개하면서,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 추진을 위해

많이 기도해 달라고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대구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6~13일 성모당 일대에서 추모 사진전을 연다.

또 7월 14~15일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홀과 17일 포항 4대리구청 요안나홀에서

김 추기경의 생애를 다룬 연극 ‘추기경 김수환’을 공연한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대구=최태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