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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부활] 사순 시기, 왜 단식해야 하나?

Berardus 2022. 3. 27. 09:33

[사순부활]

사순 시기, 왜 단식해야 하나?

 

내적 정화와 절약으로 이웃 사랑 실천… 하느님과 관계 회복도

▲ 모레토 다 브레시아 ‘광야에서의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은 직후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며 기도하셨다.

교회는 사순 시기가 참회를 위한 특별한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에

단식과 금육을 통해 내적이고 개인적인 참회뿐만 아니라

외적이고 사회적인 참회를 하도록 권고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며

우리는 구원을 받기 위해 합당한 준비를 한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사순 시기에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며 우리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그 수난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

그 실천 중 하나가 단식이다

. 음식을 먹지 않는 행위를 통해 비워진

육체와 정신은 하느님의 뜻에 마음을 열고,

그분과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뜻에 동참한 우리는 단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웃 사랑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교회는 권한다.

파스카 축제로 가는 여정에 동참한 우리.

기쁘고 거룩한 길의 출발선에서 신앙인들이 실천해야 할 단식,

그리고 자선의 의미를 살펴본다.

 

단식,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합니다.”(로마 8,17)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은

사순 시기의 뜻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이뤄지는 고행과 단식은 단순한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향한 영광의 시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파스카적 단식 계명이 공포됐다.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 그리고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성토요일에 단식을 실행하도록 한 것이다.

1966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엄격한 단식 규정이

현대 생활에 맞게 수정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교령 「단식과 금육」을 통해 수정했다.

이 교령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교회가

지켜야 하는 단식일은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이며 단식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만 21세에서 60세까지의 건강한 신자들이다.

노약자나 임산부, 환자나 힘든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과

특별히 허락된 사람은 단식의 의무에서 제외된다.

 

또 단식일이라고 하여 하루종일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한 끼의 식사는 충분한 양을 섭취하도록 하고,

아침과 저녁식사도 가볍게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단식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참여하며, 자기를 이기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다.

따라서 단식으로 절약된 양식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단식의 역사

 

절제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단식은 참회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고대의 여러 종교에서부터 이어져 왔다.

또한 음식과 음료를 통해 나쁜 힘과 세력에

전염될 수 있다는 인식은 단식이 악을 쫓는다는 믿음을 확산시켰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가 금지된 열매를 따먹은 이야기를 통해

음식을 절제하는 행위가 지니는 그리스도교적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금지된 것을 어기는 육체 행위를 통해 원죄를 받게 된 이 사건은

단식과 절제가 자신의 정화, 궁

극적으로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구약성경에는 친족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단식하는 장면이 줄곧 등장한다.

 

“그들은 그 뼈를 추려 야베스에 있는

에셀 나무 밑에 묻고 이레 동안 단식했다.”(1사무 31,13) “

그들은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탄, 그리고 주님의 백성과

이스라엘 집안이 칼에 맞아 쓰러진 것을 애도하고 울며,

저녁때까지 단식했다.”(2사무 1,12)

 

이러한 애도의 표현뿐 아니라

종교적인 목적에서의 단식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기 전에 40일을

빵과 물을 먹지 않았던 것과 다니엘 예언자가 계시를 받기 전에

단식과 고행을 했다는 구약성경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모세는 그곳에서 주님과 함께

밤낮으로 사십 일을 지내면서 빵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계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판에 기록했다.”(탈출 34,28)

“그리하여 나는 단식하고 자루옷을 두르고 재를 쓴 채,

기도와 간청으로 탄원하려고 주 하느님께 얼굴을 돌렸다.”(다니 9,3)

 

이처럼 신앙 선조들은 죄와

세상의 굴레로부터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그리고 하느님의 가장 좋은 선물을 받기 위해 단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그리스도교 안에서

권고 형태로 제시됐던 단식은

3세기에 이르러 전례적·성사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신학자 히폴리투스가 215년에 쓴 「사도 전승」에는

예비신자들이 금요일 단식을 지켜야 했고 모든 신자는

성찬례 잔치에 참여하기 전에 음식을 멀리해야 했다고 전한다.

부활 전날에는 하루종일 단식을 해야 하며

토요일에는 빵과 물만 먹는 부분 단식을 권장했다.

 

4세기에는 사순 시기와

그에 따른 사순 단식이 공적으로 정착됐다.

325년 니케아공의회는 사순 시기를 40일로 정했다.

당시 신자들은 사순과 대림 시기에 단식을 했다.

부활을 맞이하기 위해 신앙인들에게 요구되는

정화의 기능은 단식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특히 음식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

극도의 절제된 생활을 했던 수도승의 단식 전통은

단식을 통해 어떻게 내면을 정화시킬 수 있는지도 알게 한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단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전하고 있다.

성인은 시순 시기 전례에 관한 설교에서 파스카를 준비하는

사순 시기에 합당한 것들에 대한 욕구를 잘 조절해

부정한 것들을 완전히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단식으로 절약해 모은 금액으로

배고픔을 느끼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시오”라며 자발적인 단식이

가난한 사람의 양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스카 축제를 향한 여정

 

사순 시기는 참회를 위한 특별한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에

교회는 이 시기에 단식과 금육을 통해서 자선 활동을 실천하라고 권고한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교령

「단식과 금육」에 따르면 참회의 신적 계명에 따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교회가 정한 전통적인 세 항목인 기도, 자선, 금육과 단식이다.

전례 헌장을 통해서도 “사순 시기의 참회가 내적이고 개인적인 참회뿐만 아니라

외적이고 사회적인 참회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식을 통해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인간적인 연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 일상적인 단식은 그리스도교의 단식과 결합된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는 몸의 단식뿐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단식,

즉 분노와 질투 등 부정적인 감정을 멀리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노력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내적 자유를 누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4천년의 기도, 단식」을 번역한

안봉환 신부(스테파노·전주 문정본당 주임)는

“단식은 정신을 가볍게 하고 욕망의 불꽃을 꺼주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하는 이정표”라며 “이러한 이유로

교회 역사 안에서 단식은 중요하게 여겨졌고 육체적인 단식과 함께

영적인 단식을 동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순 시기 단식을 통해 자신과 화해하고

자선을 통해 이웃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기도까지 나아가라고 교회는 요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