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교리]
혼인성사
(「가톨릭 교회 교리서」1618~1620항)
그리스도께 더욱 집중하기 위한 독신
성직자와 수도자의 독신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리스도 따르기 위해
하느님 나라 위한 동정 지켜
로마교회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이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라고 하신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혹은 독신이 결혼생활보다 더 높은 수준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혼인과 성직자, 수도자의 독신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주겠다”(창세 2,18)라고 하셨습니다.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고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하느님 모습을 닮아 서로 친교 맺으며 살아야 인간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직자, 수도자의 독신은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교회의 결정입니다.
처음부터 혼인이 성직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믿지는 않았습니다.
베드로도 결혼한 사람이었고, 바오로 사도도 성직자들은
“한 아내의 충실한 남편”(1티모 3,2; 티토 1,6)이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로부터 천 년이란 세월이 흘러 1123년 제1차 라테란공의회에서
성직자의 독신제가 공식적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하늘 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마태 19,12)이라는 말씀이
미래의 사제들을 위한 말씀일 것이라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성직자나 수도자들의
독신을 ‘독신’의 개념보다는 ‘정결’에 더 집중하여 설명하려고 합니다.
교회의 독신은 혼자 있기 위함이 목적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더 정결한 모습으로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아무래도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주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정결함’을 위한 홀로서기는
사실 결혼한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덕입니다.
몇 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출장을 간 동안 아내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건전하지 못한 게임을 한 것이 들통나자, 부부싸움을 하던 중에
아내가 홧김에 투신자살을 했습니다.
정결하기 위해서는 배우자 없이 홀로 있을 때도
배우자와 함께 있는 것처럼 행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정결함입니다. 성직자, 수도자의 독신도
매 순간 그리스도와 함께 있음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이 독신을 혼자 있는 것이라 말하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위한 동정”(Virginitas propter Regnum Dei; 1620)이라고 표현합니다.
교회의 독신은 단순히 혼자 산다는 말이 아니라
더 완벽하게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가 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십자가의 길을 가실 때
제자들이 당신을 버리고 다 떠나 버릴 것이라고 하시며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요한 16,32)
그리스도와 혼자 머묾을 배우지 못하면 결혼해도 정결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나 혹은 부적절한 친교에 매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관계 맺도록 창조된 동물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혼자이셨던 적이 없으십니다.
본성이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유다는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도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배신하였습니다.
모든 관계의 힘은 홀로 그리스도와 머물러
행복할 줄 아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홀로 설 수 없으면 함께 설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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