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마리애 창설 100주년 기념미사
2021. 09. 04(토) 오후 3시 성모당
오늘 우리는 레지오 마리애 창설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구 세나뚜스와 안동 레지아 주최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뜻깊은 날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필요한 은혜를 주시도록 성모님의 전구를 간절히 청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미사에 안동교구장이신 권혁주 주교님과,
초대 안동교구장을 역임하셨던 두봉 주교님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안동 레지아 간부님들도 함께 하셨습니다. 감사와 환영의 박수를 보냅시다.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한 사람은
아일랜드 사람으로 프랭크 더프(Frank Duff. 1889-1980)라는 분입니다.
프랭크 더프가 레지오 마리애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던 두 가지 일이 있었는데,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하고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의 회원이 되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의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이란 책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그 책에 대한 연구 모임을 가지게 되었던 일입니다.
이 두 가지가 오늘날 레지오 마리애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은 빈첸시오회의 회합방식과 활동보고의 형식을 빌렸고,
정신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의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을 빌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1921년 9월 7일 저녁 8시에
아일랜드 더블린의 빈첸시오회관에서 프랭크 더프의 주선으로 첫 레지오 마리애인
‘자비의 모후’ 쁘레시디움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 세계 최초의 쁘레시디움은 13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여성 레지오였고,
남성 레지오는 그로부터 8년 뒤인 1929년 12월에 창설되었습니다.
이 첫 남녀 레지오 쁘레시디움의 공통점은 둘 다
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성 단원들은 더블린의 자선병원의 봉사자들이었고 남성 단원들은
실직자들과 노숙인들의 쉼터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레지오는 그 당시 평신도 사도직 단체 활동이 거의 없었던 시대에
교회와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드디어 레지오 마리애는 1953년에 목포성당,
지금의 목포 산정동성당에 상륙하게 되었고
몇 년 사이에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심신단체가 되었습니다.
한국천주교회 발전에 있어서 레지오 마리애의 역할을 제외하면 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선교와 지역사회 봉사에 있어서 가장 큰 몫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올해 레지오 마리애 창설 100주년을 맞이하여
창설자 프랭크 더프와 모든 레지오 단원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창설자 프랭크 더프는 단순히 레지오 마리애를 설립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
성덕이 매우 출중한 사람이었습니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께서 말씀하신 성모님의 열 가지의 덕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은 레지오의 놀라운 발전이나 업적을 자신의 공로로 돌린 적이 없었고,
사람들이 그를 ‘레지오 창설자’라고 부르는 것까지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후에 평신도 사도직 운동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영감을 주셨던 쉬에넨스 추기경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더블린에서 개최된 레지오 50주년 기념식 중
내빈석에 프랭크가 보이지 않아 그를 찾느라고 두리번거리다가
군중 속에 끼어있는 그를 발견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하느님의 권능과 은총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도구가 되길 바랄 뿐
자기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와 교회에 끼친 업적뿐만 아니라
성덕이 뛰어나신 분이기에 꼰칠리움에서는
그분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회는 심각한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영세자는 줄고 냉담자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 젊은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이나 작년 1월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펜데믹 시대가 되어서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앙생활도 제한 받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코로나 상황이 끝난다하더라도
얼마나 회복이 될 것인지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위기와 도전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옛날 어느 유명한 장군 밑에 장군과 이름이 똑같은 부하가 있었는데,
늘 말썽을 부렸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장군이 그 부하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네 이름을 바꾸든지, 네 생활을 바꾸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
우리는 어떠합니까? 나는 내 이름을 바꾸든지,
내 생활을 바꾸든지 해야 될 사람이 아닙니까?
이름뿐인 단원은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창설자 프랭크 더프처럼 참으로 성모님의 덕과 정신으로
자신이 성화되어 세상의 성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단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이 쇄신되고 레지오가 쇄신되고
교회가 쇄신되어 교회 안팎으로 다가오는 위기와 도전들을 극복하며
30여 년 전 이 땅에 일어났던 복음화의 물결이 다시 한 번 일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선두 대열에 레지오 마리애가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올해 한국천주교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희년의 주제어가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체포되시어 처음 취조 받을 때 관장이 물었던 말입니다.
그래서 김 신부님이 어떻게 대답하셨겠습니까?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하고 대답하셨던 것입니다.
이 내용은 김 신부님께서 감옥에 계시면서
페레올 주교님께 보낸 편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라는 말은 박해시대 때
수많은 순교자들이 심문받을 때 들었던 질문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세상 사람들이
은연중에 묻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입니까?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 나아가서 “그렇소. 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요.”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이름뿐인 단원이 아니라 창설자 프랭크 더프처럼
성모님의 덕과 정신으로 성화되어 자기 주변과
세상을 성화하는 핵심 단원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처해있는 위기와 도전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오늘 레지오 마리애 창설 1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합당한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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