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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 지금여기]한국 천주교회, 한반도 평화 위한 미사 봉헌

Berardus 2021. 6. 29. 06:21

한국 천주교회, 한반도 평화 위한 미사 봉헌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아 각 교구는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6월 25일 의정부교구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먼저 의정부교구는 25일 오전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이기헌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이 참석한 이날 미사에서 이기헌 주교는

사람의 일생에 해당하는 70여 년간 한국 사회는 전쟁에 여전히 짓눌리며

서로 편을 가르는 장벽에 막혀 폭넓은 성장을 하지 못했다면서,

“민족적 족쇄를 벗어나 변화의 바람을 기도하며,

그 출발은 남북관계 개선에 앞서 남쪽 사회 안의 적개심, 서로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 각자로부터 앞서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주교는 “세찬 변화의 바람은 그동안 우리를

꼼짝 못하게 하던 관습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마음에서 부는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흩어진 민족을 하나로 모으는 분은 하느님이며, 우리의 운명은 하느님에게 맡겨야 한다.

또 이를 위해 우리는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은

매일의 구체적인 삶에서 평화를 실천하라는 지침이며, 사랑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평화는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두 가지 필요한 것은 기도와 용서다. 기도하면서도 용서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기도는 힘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시는 예절도 진행됐다.

이 유해는 2012년 선종한 부산교구 양덕배 신부가 고향 지인인

전영철 씨(야고보)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전 씨가 세상을 떠난 뒤 그 부인인

신기원 씨(데레사)가 양덕배 신부의 유지에 따라 기증했다.

평양교구 진남포 본당 출신인 양 신부는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북한지역 성당에 모셔지기를 바랐고,

이에 북한지역 순교자들을 위한 순례지인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모시게 됐다.

△미사 중에는 기증된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모셔졌다.

-ⓒ정현진 기자-

한편 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민족화해전문위원회도

박현동 아빠스(남자장상협의회장)의 주례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에서 박현동 아빠스는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결과 대립의 구조는 약해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남과 북 사이에 대화와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막히면서 단절의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민족이 대립과 미움을 없애고, 함께 공존하며, 평화로운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느님께 청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주위에 아직도 통일을 위해 전쟁까지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쟁은 “우리 민족을 멸망으로 이끄는 길이고 생명의 길을 벗어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간 차원에서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이 진행 중이고,

성주 소성리의 사드 기지에서는 분단으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과 아픔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현재 경색되어 있는 남북 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우리의 기도와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남자장상협의회 민족화해전문위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신자, 수도자, 사제 40여 명이 함께했다.

-ⓒ배선영 기자-

제주교구 중앙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문창우 주교(제주교구장)는 6월 25일은

“역사 의식을 일깨우고, 신앙은 현실 도피의 수단,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임을 깨닫는 날”이라며, 우리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날 교회 안에서 이념의 잣대로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보였던 일을 회개해야 한다며, “교회 안에서만이라도 종북 프레임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 종교단체와 민간단체의 교류를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을 강조했다.

문 주교는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의 조건 없는 용서만이

민족의 화해를 위한 길이라고 희망하며, 무기와 힘이 아닌 대화를 통한 군비축소,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정책 실천을

남한과 북한 당국에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살면 (종교인이) 너무 정치적이고 선동적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그런 비난조차도 주님의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생각하며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전교구는 유흥식 대주교의 주례로 솔뫼성지 ‘기억과 희망’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에서 권지훈 신부(민족화해위원장)는

“분단이 우리 민족만의 책임이 아니더라도, 70년 넘게 지속한 것은 우리 겨레가

화해와 일치의 가르침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참회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도 노력해 왔고,

교회도 1965년부터 꾸준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했는데도 그 결실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당장 결과를 바라기보다 신앙인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의 밑거름이 되기에 그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 사이, 민족 사이에 일치를 이루는 데 장벽이 되는 것을 무너뜨리는 부름을 받았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남북 관계에 앞서 먼저 내 옆의 형제와 화해하고

일치를 이루도록 애써야 한다고 신앙인으로서의 노력을 강조했다.


△6월 25일 춘천교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앞서 신자와 사제들이 하나되는 한반도의 모습을 표현했다.

-(사진 제공 = 천주교 춘천교구)-

△6월 25일 춘천교구가 죽림동 주교좌 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천주교 춘천교구)-

 

 

춘천교구는 죽림동 주교좌 성당에서 김주영 주교(춘천교구장)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에서 김학배 신부(사회사목국장)는

“6.25라는 상처는 71년이 지나는 지금도 휴전이라는 깊은 생채기로 그대로 남아 우리를 아프게 하고

불안에 떨게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번번이 화해의 결실을 앞두고 상처를 다시 찌르는 아픈 일들이 생겼고,

다시 서로를 탓하며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마음은 무디어져 가고

어떤 이들은 이대로가 좋다고 어깃장을 부리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외 다른 모든 교구에서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가 봉헌됐다.

한국 천주교회는 1965년부터 매년 6월 25일에 가까운 주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해 지내다가

1992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2017년부터는 6월 25일 당일에

각 교구별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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