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 ‘원효로성당’
소박함 속 깊은 역사 원효로성당
원효로성당은 소박하다. 웅장함으로 압도하지 않는다.
단아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수녀님 같은 모습이다.
이국적인 모양새도 독특하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있는 원효로성당은 서울성심여자중·고등학교 안에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언덕 위에 성당이 보인다.
성당 앞에는 예수성심상이 오는 이들을 맞아준다.
예수성심상과 고딕양식의 성당 건물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준다.
학교 안에 있어 도심 속에서 홀로 아늑한 느낌도 난다.
원효로성당은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중림동 약현성당과 명동성당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만들어진 서양식 성당이다.
그래서 사적 제255호로도 지정됐다.
원래는 용산신학교가 먼저 지어졌다.
용산신학교는 가톨릭신학교의 전신인 예수성심신학교로 1892년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의 신학교 건물도 이곳에 지어졌다.
그 옆에 부속성당으로 들어선 것이 원효로성당이다.
신학교 건립 10년 뒤인 1902년이었다.
이후 용산신학교는 혜화동으로 옮겨갔다.
신학교 건물은 성모병원 분원으로 사용되다 지금은 천주교 유물을 전시하는
성심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용산신학교를 지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코스트 신부가 설계를 맡았다고 알려져 있는 원효로성당은
붉은 벽돌이 건물의 면을 만들고,
그 사이로 회색 벽돌이 기둥과 창문 등에 선을 새기고 있다.
100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멋스럽다.
섬세함도 돋보인다.
정면에서 보면 성당 1, 2층에는 큰 창문 2개와 작은 창문이 각각 있고,
3층에는 조금 더 큰 창문을 중심으로 작은 창문이 양 옆에 배치돼 있다.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려는 배려다.
언덕 위에 지어진 점도 건물을 독특하게 한다.
정면에서 보면 건물이 3층이지만 언덕을 다 올라와 뒤에서 건물을 보면 1층으로 보인다.
경사로에 성당을 지어 옆에서 보면 언덕 안으로 건물이 살짝 파묻힌 느낌을 준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회색 벽돌로 쌓인 아치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창을 열어두면 그 틈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자연스럽게 고즈넉하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성당 건물 뒤로는 성모상과 함께 십자가의 길도 동산처럼 꾸며져 있다.
아름다운 모습이 다는 아니다.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
성당이 있는 곳에는 원래 한강이 보이는 함벽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상징하는 새남터와 당고개도 가까이 보이는 곳이다.
순교지가 바라보이는 이곳을 천주교 조선교구 제7대 교구장으로 있던
블랑 주교가 1887년에 샀다.
1855년 경기 여주군에 있던 예수성심신학교를 옮기기 위해서였다.
이후 용산신학교와 원효로성당이 들어서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역사를 간직한 채 서 있게 됐다.
그 시간 동안 국내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와 조선교구 1대~8대 교구장,
그 밖의 여러 순교자들의 유해가 한 때 이곳에 안치되기도 했다.
원효로성당은
2014년 서울시가 선정한 사색의 공간 중
‘종교적 의미를 느껴보는 사색 공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과 5호선 마포역 인근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