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2021년 새해를 맞이했다.
박해시기를 제외한다면 올해처럼 힘겨운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한국교회가 역사 안에서 걸어갈
2021년은 어떤 여정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교회는 아무리 힘겨운 여건에서도
하느님 나라 건설과 복음 선포라는 사명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2021년 한국교회 각 교구와
기관단체에서 숨 가쁘게 전개할 활동들을 살펴본다.
▲한국교회는 2021년을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보낸다.
성 김대건 신부 고향인 대전교구 솔뫼성지에 세워진
성 김대건 신부 동상 앞에서 지난해 7월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살이
새해 한국교회는 성 김대건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면서
신앙을 돌아보고 쇄신하는 시간을 갖는다.
1821년생 동갑인 두 신부가 한국교회에 남긴 발자취는
서로 다르지만 죽기까지
신앙을 증거한 뜨겁고 충성된 삶에서는 일치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지난해 11월 29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개막했다.
희년은 2021년 11월 27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성 김대건 신부 희년은 2021년 한국교회 최대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021년 사목교서에서 “200년 전 이 땅에 탄생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두 사제의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열정을 본받는 삶을 살아갑시다”라고 강조했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역시 새해 사목교서에서
“성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이야말로
강도 만난 사람처럼 신앙과 영성에 헐떡이는
조선의 백성을 위한 착한 사마리아인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최양업 신부의
성덕을 기리고 하루라도 빠른 시복을
기원하는 데도 힘을 모을 예정이다.
특히 최양업 신부의 주 활동지 중 한 곳인 청주교구는
올해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사제를 본받는
교구 공동체의 해’로 지내며 어느 교구보다 최양업 신부
시복 기원에 정성을 다하기로 했다.
원주교구도 ‘최양업 신부 선교의
삶 따라 걷기’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수원교구도 2021년
순교자들의 삶을 따라가는 중요 행사들을 준비한다.
4월 25일 성 김성우 안토니오 순교 180주년 현양미사,
9월 25일 미리내본당 설립 125주년 기념미사 등이 예정돼 있다.
▲2020년 11월 2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개막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김대건 신부 흉상을 축복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말씀’을 따라 사는 한 해
대구대교구는 교구 설정
11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10년 동안 장기 사목 목표인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실현을 위해 적극 나선다.
교구는 교구 설정 120주년이 되는
2031년을 앞두고 장기 사목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장기 사목 목표 핵심은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 등
다섯 가지로, 올해부터 매 2년씩 중점적으로 실천하게 된다.
올해부터 2022년 말까지는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주제를 실천한다.
조환길 대주교는 2021~2022년 사목교서를 통해
“하느님이 주신 모든 생명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고 풍성하게 할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늘 고심해야 한다”며 “모든 질문의 답은
복음 말씀 안에 있다”고 밝혔다.
부산교구도 올해 사목지침을
‘신앙과 말씀의 해’로 정했다.
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사목지침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힘든 교구민에게 말씀으로 힘을 얻고,
이웃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것을 당부했다.
부산교구는 교구민에게 신앙과 말씀의 해를
살아가기 위한 올 한 해 실천사항으로
▲하느님 말씀 중심으로 살아가기
▲나자렛 성가정 본받기
▲어려운 이웃 돌보기를 제시했다.
■ 새로운 화두, 기후위기 극복과 ‘공동합의성’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했고 2022년부터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통해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
(7개 영역과 7가지 목표)을 출범하자고 요청했다.
의정부교구는 이에 발맞춰
올해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 7년 여정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기로 하고 본당과 가정에서
생태적 회심을 통한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희년’이 될 것을 희망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도
2021년 사목교서에서 “인류는 그동안
성장과 발전을 지상과제로 삼아
지구를 무제한으로 개발하고 소비했고
그 결과 기온 상승과 자원 고갈 등
생태계 질서가 무너져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 진단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역시
교구 ‘3개년 특별 전교의 해’(2020~2022년)
실천 방향 중 하나로 “생태환경을 살리는
교회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도 2021~2023년
교구장 사목교서에서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과 관련해 “환경실천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이웃사랑의 의무”라며 “환경과 가정,
생명을 지키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라고 말했다.
안동교구 또한 2021년도 교구 공통 실천사항으로
‘피조물 보호와 생태적 회심’을 제시했다.
‘공동합의성’도 2021년에
더욱 활발히 논의될 화두가 될 듯하다.
공동합의성 실현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교구는
의정부교구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2021년 사목교서 중 ‘공동합의성 정신을
구현하는 사목’을 제안하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살아야 하는 교회이기에 ‘공동합의성’이
사목 현장에서 구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대교구도 공동합의성 정신을 바탕으로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되도록 한다는 것을
‘3개년 특별 전교의 해’ 실천 방향으로 삼았다.
군종교구도
국방개혁과 부대개편으로
군사목 환경이 빠르게 변함에 따라
교구 구성원 간 소통을 강조했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는 2021년 사목교서를 통해
▲지구사제모임 강화로 사목환경에 대한 토론과 경험 공유
▲교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본당 사목에 활용
▲병사들을 찾아가는 사목 등을 요청했다.
■ 생명 운동은 멈출 수 없는 교회 사명
생명 수호 활동은
새해에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새롭게 펼칠
‘태아 살리기 프로젝트 2021’이 특히 관심을 모은다.
‘낙태, 법은 허용해도 우리의 양심은 허용하지 않습니다’는
정신으로 서울대교구 생명위가 준비하고 있는
‘태아 살리기 프로젝트 2021’은 양육비 이행법 강화,
익명 출산법 제정 등 한국사회 생명문화의
초석을 다지는 활동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생명위는 올해에도 생명대행진,
청년 생명대회, 생명수호 주일 미사 봉헌 등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한다.
한국교회 숙원사업인
사형제 폐지가 새해에는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2021년 2월 중 제21대 국회에서
사형폐지특별법 발의를 목표로
법안 발의에 참여할 의원 접촉에 노력하는 한편,
헌법재판소 사형제 위헌 헌법소원 심판에도
국내외 지지 의견을 제출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노동사목 분야에서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인간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를 지향하며
실효적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신속한 제정을 위한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인천교구 60주년, 춘천교구장 착좌, 레지오 마리애 100주년 등 기념 풍성
2021년에는 각종 기념일이 풍성하다.
인천교구가 설정 60주년, 제주교구가 설정 50주년을 맞고
레지오 마리애는 국내 도입 100주년을 맞는다.
기념일에 맞춰 축하 미사와
행사들이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춘천교구는 제8대 교구장
김주영 주교 서품 및 착좌식을
1월 6일 오후 2시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에서 열고
새로운 교구 역사를 열어 간다.
대전교구는 교구 두 번째 보좌주교인 한정현 주교
서품식을 1월 25일 오후 2시
솔뫼성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관에서 거행한다.
아울러 대전교구는 세종 신 교구청사 건립을 마무리하고
새해부터 신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2021년에는 청소년사목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기대된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지침서’가 나올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교회의는 각 교구 청소년, 교육 관련
사제들과 협력해 만남의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코로나19 사태로 바뀐
청년복음화 현황을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파악한 뒤 연구자료를 발표하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