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드온, 이스라엘을 구원하여라. 바로 내가 너를 보낸다.>
▥ 판관기의 말씀입니다. 6,11-24ㄱ
그 무렵 11 주님의 천사가
아비에제르 사람 요아스의 땅 오프라에 있는 향엽나무 아래에 와서 앉았다.
그때에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은 미디안족의 눈을 피해 밀을 감추어 두려고,
포도 확에서 밀 이삭을 떨고 있었다.
12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서,
“힘센 용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하고 말하였다.
13 그러자 기드온이 천사에게 물었다.
“나리,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다면,
어째서 저희가 이 모든 일을 겪고 있단 말입니까?
저희 조상들이
‘주님께서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리고 올라오지 않으셨더냐?’ 하며
이야기한 주님의 그 놀라운 일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은 주님께서 저희를 버리셨습니다.
저희를 미디안의 손아귀에 넘겨 버리셨습니다.”
14 주님께서 기드온에게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너의 그 힘을 지니고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족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여라. 바로 내가 너를 보낸다.”
15 그러자 기드온이 말하였다.
“나리,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제가 어떻게 이스라엘을 구원할 수 있단 말입니까?
보십시오, 저의 씨족은 므나쎄 지파에서 가장 약합니다.
또 저는 제 아버지 집안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자입니다.”
16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겠다.
그리하여 너는 마치 한 사람을 치듯 미디안족을 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17 그러자 기드온이 또 말하였다.
“참으로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신다면,
저와 이 말씀을 하시는 분이 당신이시라는 표징을 보여 주십시오.
18 제가 예물을 꺼내다가 당신 앞에 놓을 터이니,
제가 올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마십시오.” 이에 주님께서,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 하고 대답하셨다.
19 기드온은 가서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잡고
밀가루 한 에파로 누룩 없는 빵을 만들었다.
그리고 고기는 광주리에, 국물은 냄비에 담아 가지고
향엽나무 아래에 있는 그분께 내다 바쳤다.
20 그러자 하느님의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고기와 누룩 없는 빵을 가져다가 이 바위 위에 놓고 국물을 그 위에 부어라.”
기드온이 그렇게 하였더니,
21 주님의 천사가 손에 든 지팡이를 내밀어,
그 끝을 고기와 누룩 없는 빵에 대었다.
그러자 그 큰 돌에서 불이 나와 고기와 누룩 없는 빵을 삼켜 버렸다.
그리고 주님의 천사는 그의 눈에서 사라졌다.
22 그제야 기드온은 그가 주님의 천사였다는 것을 알고 말하였다
. “아, 주 하느님, 제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주님의 천사를 뵈었군요!”
23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하고 말씀하셨다.
24 그래서 기드온은 그곳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주님은 평화’라고 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기드온은 보잘것없는 집안의 후손이었습니다.
자기에게 이스라엘을 외적의 손아귀에서
구원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기드온을 하느님께서는 선택하십니다.
기드온과 함께 미디안을 치러 나설 군대도,
수만 명이 아니라 삼백 명이어야 했습니다.
숫자가 많으면 이스라엘이 자기 힘으로 미디안을 쳐서
이긴 줄로 자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오늘 독서의 말씀과 같은 맥락입니다.
‘부자’를 여러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지요
.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권력이나 재능, 든든한 인맥이나 인기 등,
어딘가 확실하게 기댈 곳이 있는 사람을 부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면 하느님께 의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어려울 때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되듯이,
스스로 믿고 의지하던 그 무엇이 무참하게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하느님을 찾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흔합니까!
기드온이 스스로 “보잘것없는 자”라고 고백하자,
하느님께서는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스스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자에게는 무서울 것이 없지요.
또한 모든 희망을 지상의 것들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 나라는커녕 하느님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지요.
그래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부자로 알려진 세관장 자캐오와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니코데모와 같은 사람을 본받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낫고,
보존하는 것은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진리를 명심하면서,
잠시 지나가는 보이는 것에 휘말려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을 잊거나 놓치는
커다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