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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꿈이 이루어지다♡

Berardus 2015. 7. 26. 07:59
 
 

 

 

마침내 꿈이 이루어지다

 

 

옛날 옛적에

루미도라는 전설의 왕국에

다이안이라는 시골처녀가 살았다.

그녀는 밝은 태양처럼 예뻤다.

그녀의 빛나는 미모는 보는 이들 모두를 황홀케 했는데,

그녀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는 앞다투어 그녀에게

구혼해 오는 주위의 총각들을 하나같이 못 본 체했다.

물론 그녀는 그들의 청혼을 모두 퇴짜 놓았고,

늘 더 나은 신랑감만을 찾았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귀공자나 왕자.

심지어 루미도 왕국의 국왕과

(그 당시 곧 신부감을 골라야 할 총각이었으니까)

결혼하리라는 은밀한 야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밤낮없이 국왕만을 애타게 그리워했다.

한번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왕이 백마를 타고

그녀가 사는 마을로 지나 갈 날만을 고대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당장

그녀를 데려다 왕비로 삼으리라.

그녀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온통

그러한 로맨틱한 사랑의 꿈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왕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당시에 흔히 그랬듯이 왕은 이웃 나라의 공주와

정략 결혼을

(정치적 동맹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해버렸다.

다이안은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이제 그녀는

공작이나 후작과 결혼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사는 마을에 찾아와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보내는 공작이나 후작은 아무도 없었다.

 

그 동안, 여러 해가 흘러

화사했던 그녀의 아름다움도 빛을 잃어갔다.

이제 백작이나 자작,

심지어 남작까지도 괜찮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그녀가 사는 마을에

찾아오는 백작이나 남작들은 아무도 없었다.

 

몇 해가 더 지나자

그녀의 아름다움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녀는 평범한 얼굴의 중년 여인이 되었다.

이쯤 되자 기사나 기사의 종자가 청혼해 와도 기꺼이 응할 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그녀에게 구혼하는 기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몇 해가 더 지나자 다이안은

이제 늙고 못생긴 할머니가 다되었다.

왕비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리라는 꿈이

산산이 부서진 데 대한 씁쓸함이 마음 속에 늘 남아 있었다.

 

이 무렵,

한 가지 엄청난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녀가 아가씨였을 때 결혼 상대자로 점찍었던 왕이 나이 들어 죽자,

외아들인 왕자가 왕위 계승을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왕자가 신부감을 고르고 나서 왕관을 쓰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물론 신부는 루미도 왕국에서 가장 어여쁜 처녀여야 했다.

신분은 상관 없었다.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찾기 위해

젊은 왕자는(역시 빼어나게 잘생김)

온 나라 안을 몸소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침 땅 속에 숨어 있는 보속을 찾듯이

작은 마을까지 구석구석 방문하였다.

 

이리하여 마침내 왕자는

고관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다이안이 사는 마을을 통과하게 되었다.

왕자의 행렬은 정말 장관이었다.

왕자는 금발 머리에 너무나도 근사한 용모를 갖추고 있어서,

마치 젊은 신()처럼 환히 빛났다.

자연히 다이안의 마음은 온통 왕자에게 쏠렸고,

당장 열정적인 짝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왕자는 늙어 주름살투성이인

다이안의 얼굴을 본체만체 흘끗 한 번 보고 지나쳤을 뿐이었다.

 

그녀는 마을 앞 공터에 모인 마을 사람들 틈에 서서

흠모의 눈빛으로 멍하니 왕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얼마 후 정신을 차려 보니 왕자는 벌써 지나가고 없었다.

평생을 고대해 온 그 대망의 순간이

이렇게도 허무하게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날 저녁,

난롯가에 혼자 앉아서 왕자의 눈길을 마주했던

그 기막힌 순간을 자꾸만 되풀이하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악마가 나타나더니

실로 무시무시한 제의를 했다.

 

악마는 이렇게 속삭였다.

 

"당신이 내게 당신의 영혼을 준다면,

내가 당신을 다시 젊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겠소.

물론 왕자는 당신을 보자마자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게 되고,

당신은 그와 결혼하여 평생 행복하게 살게 될 거요."

 

젊은 날의 멋진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유혹에

다이안은 거의 기절할 뻔했다.

더구나 잘생긴 왕자와 함께 일평생 더 없는 행복을 맛보며

살게 되리라는 유혹은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그 대가로 한도 끝도 없는

슬픔의 구렁텅이에 던져진다 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악마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사탄은 매우 영리하다고 흔히 들어왔던 이야기였다.

타락하기 이전에 빛의 천사였던 루시퍼처럼

이 악마도 그렇게 명민한 지성을 부여받은 게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지금이 악마는 순전히 자기 이익만 차리려는

속셈으로 거짓 약속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다이안은 앞치마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거기 들어 있는 묵주를 돌렸다.

어찌할 바를 모를 때 그녀가 늘 하던 버룻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자

악마는 즉시 힘을 잃고 쉿 소리를 내며,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악마는 그녀가 뭐라고 대답할 것인지,

그리고 설득한다 해도 소용 없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악마가 가 버리자

다이안은 슬픔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다.

사탄이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그녀의 영혼을 탐했다면,

자신의 영혼이 그만큼 귀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가슴 벅찼고-영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탄이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제의를 해올 리 없지 않은가-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 날의 미모와

꿈에도 잊지 못할 왕자를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이 슬퍼졌다.

이러한 두가지 극단적인 감정 중에서 단연 우세한 것은 슬픔이었다.

그녀는 잠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다시 눈을 뜬 그녀는

아름다운 하늘 나라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었을 때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용모의 아름다움에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왕 중의 왕이신

하느님 품 안에 안겨 있었던 것이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토록 그리워하나이다.*

 

-<모셔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