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라스티카는 1년에 한 번씩 베네딕토를 만나 자매들의 지도에 관한 주의를 받거나,
오빠의 유익한 담화를 들어 마음의 양식을 삼거나 하기로 결정하고
그 회합의 장소는 양 수도원의 중간쯤에 있는 작은 촌집으로 결정했다.
543년 2월 7일, 마침 성스러운 남매가 1년에 한 번 서로 만나려고 하는 그 날이었다.
스콜라스티카는 성령의 특별한 묵시를 받고 오래지 않아 자기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에게 즐거움을 가져왔지 속으로도 슬픈 기분을 나게 하지 않았다.
그는 2, 3인의 자매를 데리고 오빠와 만나게 될 촌집 있는 데로 산길을 걸어갔다.
하늘은 맑게 개었고, 더구나 남쪽 유럽의 봄 날씨는 화사했으며, 뜰에도 목장에
도 꽃이 만발하게 피어있었다.
산상의 수도원에서도 역시 2, 3인의 형제를 동반하고 베네딕토가 내려왔다.
스콜라스티카는 앞으로 이 세상에서는 다시 오빠를 만날 기회가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의 슬픈 점에 대해서는 일절 상관치 않고
다만 무궁무진한 천당의 행복에 대해서만 오빠와 이야기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늘나라에 대해 담화하고 있는 동안 어느덧
석양은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고 서산으로 사라져.
이별하기는 섭섭했지만 베네딕토는 어둡기 전에 산상의 수도원에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그러나 스콜라스티카는 그를 붙잡으며 좀더 천상 이야기를 해 주기를 간청하는 것이었다.
베네딕토는 대답하기를, "이미 아는 바와 같이 회의 규칙은 엄격하다.
오늘은 대단히 늦었으므로 서로 급히 수도원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했다.
스콜라스티카는 이별의 슬픔을 못 참는 듯이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를 바쳤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져 심한 폭풍우가 닥쳐왔다.
집이 떠나갈 정도의 바람 소리, 창에 부딪쳐 폭포와 같이 흐르는 폭우의 맹렬함에
막 집을 떠나려고 하던 베네딕토는 어이가 없는 듯 머뭇거렸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는 도저히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를 본 스콜라스티카는 웃으면서 "자 보십시오.
오빠가 내 원의를 들어주지 않으므로 나는 지금 하느님께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즉시 내 기도를 들어 주셨습니다"하고 말했다.
이 기적에 베네딕토는 하느님의 성의가 우엇인가를 알고 그 날 밤은 그곳에 머물기로 하고,
그들은 성인의 행복과 천상의 환희 등에 대한 거룩한 화제로 하룻밤을 즐겁게 보냈다.
그 후 3일째 되는 날, 산상의 수도원의 한 방에서
기도에 몰두하고 있던 베네딕토가 얼핏 창 밖을 내다보니까 동생의 수도원에서
백색으로 빛나는 비둘기 한 마리가 바로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것이 보였고
성령의 묵시를 받은 베네딕토는 즉시 비둘기가 동생의 영혼이고,
지금 천국으로 가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실제로 그와 같이 스콜라스티카는 특별한 아무 병도 없이 잠들 듯이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후 40일도 못되어 성 베테딕토도 동생의 뒤를 따라 천국의 복락으로 들어갔다.
-(대구대교구홈에서)-
몬떼카시노 대수도원
[가족]
가족은 때로 우리를 실망시키기도 하지만 그들이 없으면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성녀 스콜라스티카와 그의 쌍둥이 오빠 성 베네딕토는 수도자의 길을 같이 걷기 시작하는 등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지만 항상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스콜라스티카가 살던 수녀원은 오빠가 있던 수도원과 5마일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1년에 한 번 근처 가까운 곳에서 만나 기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곤 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자신의 삶이 끝나 간다는 것을 예감한 스콜라스티카는
오빠에게 좀더 같이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지만 베네딕토는 수도원의 규칙을 어길 수 없다며 돌아가려고 하였다.
오빠가 청을 들어 줄 기색을 보이지 않자 스콜라스티카는 오빠의 마음을 바꾸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밖에서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베네딕토는 어쩔 수 없이 남아서 동생의 얘기 상대를 해주었다.
그 일이 있은 지 3일 후, 스콜라스티카는 세상을 떠났다.
가족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곤경에 처할 때가 있다.
그때는 서로 다투지 말고 성녀 스콜라스티카처럼 하느님이 손수 풀어 주시도록 기도해 보자.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마지막으로 얘기했던 적이 언제였는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한다.
-(까리따스수녀회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