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본당 30주년 및 견진성사
2021. 10. 03.
찬미예수님.
한 5년 반 전에 상인본당 25주년 겸
견진성사 집전을 위해서 방문하였는데 이번에는 다시
30주년 감사미사와 견진성사 집전을 위해 방문하였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힘드시지요?
다음 달부터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다고 하니까
좀 나아지지 않겠나 하고 기대를 합니다만,
그래도 코로나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여튼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좀 더 참으시고
개인 방역을 잘 하셔서 건강을 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상인본당은 1991년 4월 10일부로
월배본당에서 분가하여 설립되었습니다.
대구로 편입되기 전에는 이곳이 달성군 월배면 상인동이었습니다.
이곳이 대개 논밭이거나 과수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랬던 이곳이 도시의 팽창으로 새로운 도심지가 된 것입니다.
상인본당이 그 중심에 있으면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견진을 받고 또 결혼도 하고 했을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본당 발전과 지역사회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교우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상인본당 30주년 감사미사를
오늘 드리게 된 것은 아마도 상인본당 주보성인이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이
바로 내일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톨릭교회에 성인이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03분이 계십니다.
올해가 마침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됩니다.
하여튼 그 많은 성인들 중에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분들 중의 한 분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외교인들도 프란치스코 성인을 좋아합니다.
미국에 이분의 이름을 딴 도시가 있지요. ‘샌프란시스코’입니다.
그리고 2013년 3월에 교황으로 선출되신
현 교황님의 이름도 ‘프란치스코’입니다.
교황으로 선출되면 새 이름을 가지는데 현 교황님은
‘예수회’라는 수도회 출신이신데 굳이 다른 수도회 창설자인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가지신 것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과 삶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황님께서 한 7년 전에 지구 생태계에 대한
회칙을 발표하셨는데 그 회칙 제목이 무엇입니까?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입니다.
교황님께서는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지으신 ‘태양의 찬가’의
후렴구 ‘주님, 찬미받으소서.’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만물과 지구상의 모든 피조물을
형제요 누이로 여기고 그렇게 대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염되고 더러워진 만물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찬미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이 지구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들이 녹고 있으며 한 쪽에서는 수개월째
산불로 엄청난 넓이의 숲이 잿더미로 변해 버리고
다른 한 쪽에는 엄청난 폭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구 생태계의 위기는 오늘날 기술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의 결과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런 결과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날 코로나 때문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은 작년부터 미세먼지가 현격하게 적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중국이 호주로부터 가장 많은 석탄과 철광석을 수입하는데
두 나라 사이가 안 좋아져서 무역이 중단되니까
지금 중국이 큰 전력난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기가 깨끗하게 된 것에는 중국의 이런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2050년에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환경운동가들은 2050년은 너무 늦다고 말합니다.
그 전에 지구 생태계가 다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행동입니다.
쓸데없이 물건을 사고 쓸데없이 버리고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걸어서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은 걸어 다녀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골목마다
차로 가득 찬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는 교구청에서 시내에 갈 때 걸어갑니다.
교구청에서 계산성당 가는 데 15분이면 충분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가르침과 복음 말씀을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으신 분이라고 보기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 ‘공동의 집’인 이 지구를 살리자면
우리도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단순하게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마태 11,25-30)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것’이 무엇입니까?
‘하늘나라의 신비’를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서 능력 있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하고,
대신에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어린아이 같이 단순하고
겸손한 사람들에게는 드러나는 신비인 것입니다.
우리도 성 프란치스코처럼 단순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어
하늘나라 신비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 뜻깊은 날에
90여 분의 교우들이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2000년 전 오순절 날에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렸던
그 성령께서 오늘 이분들에게 내리시어 하느님의 성숙한 자녀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확고하게 변화시켜주시고
그 믿음을 견고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기도와 크리스마 성유의 도유로
‘성령 특은의 인호’을 받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께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세례성사를 완성하게 되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확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은혜를 받으시고 모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단단한,
그야말로 성숙한 신앙인이 되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들은 자신의 믿음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시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있게 전할 수 있고,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주님의 제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이 강론을 마치면
우리 모두가 새롭게 신앙을 고백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견진대상자들을 위해 성령안수기도를 바치고,
견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를 발라드릴 것입니다.
이렇게 성령을 받은 분들은 이제 주님의 일꾼이요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이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내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를 청합시다.
그리하여 우리를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시기를 청합시다.
그럼 다 같이 저를 따라서 합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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