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신앙살이]
이상한 부작용(상)
예전에 인터넷으로
‘코로나19 예방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에 들어가
백신 예약 날짜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그 후 백신 맞는 날을 조신히 기다리고 있는데,
아는 지인 분들이 전화를 해서 ‘신부님,
제가 내일 백신을 맞는데 기도 좀 해 주세요’,
‘신부님, 백신 부작용 기사를 보면 겁이 나는데,
별일은 없겠죠?’ 등의 말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에이, 괜찮아요’라고 말은 했지만,
막상 내가 백신 주사를 맞는 날이 되자 아주 쬐-금 걱정은 했습니다.
나는 동네 병원에서 오후 1시에 백신 주사 예약이라,
12시에 점심을 먹고 가려는데, 그날따라 후배 신부님이
정성껏 식사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모처럼 뜨거운 밥에 ‘김’이랑 ‘젓갈’ 등으로 맛난 식사를 한 후
병원에 가서 백신 주사를 맞았습니다.
다행히도 주사 맞고 아무런 부작용이 없어서
이내 곧 수도원으로 돌아온 후에 아무 생각 없이 푹 - 쉬었습니다.
후배 신부님은 ‘이상이 없느냐’, ‘열은 나지 않느냐’,
‘주사 맞은 팔은 괜찮으냐’, ‘해열제를 먹었느냐’ 물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새벽.
주사 맞은 팔이 너무나도 뻐근해서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워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버티다보니 아픈 증상이 서서히 가라앉았습니다.
함께 사는 수사님, 신부님의 배려로 아침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잔여 백신 문자가 떴습니다.
이에 후배 신부님이 잔여 백신을 신청을 했는데,
글쎄 이내 곧 접속이 되어 하루아침에,
동네 병원에서 백신 주사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사는 수사님도 그날 백신 주사를 맞게 되어
우리 공동체 세 사람은 하루 간격으로 백신을 다 맞은 것입니다.
예약 신청 3주 만에 백신을 맞은 나.
그리고 우리 수사님. 하루아침에
‘잔여 백신’ 신청으로 백신을 맞은 후배 신부님.
그런데 후배 신부님은 정말 아무런 부작용 없이 이틀, 사흘을 보냈고,
백신의 부작용이 없는 걸 확인하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 세 사람은 식사를 하는데,
후배 신부님은 백신 주사 맞는 날, 간호사 분이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둥근 모양 빨간 종이로
백신 제조 회사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자신에게 주더랍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은 ‘이게 뭘까’ 싶다가,
‘주사 맞은 자리에 이걸 붙이라고 줬나’ 싶어서,
주사 맞은 자리에 그것을 붙였답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함께 주사를 맞은 다른 아주머니도 따라서
그 종이를 주사 맞은 자리에 붙이려고 했답니다. 이 모습을 본 간호사는,
“아니, 그것을 왜 거기다 붙여요?”
그 말을 듣는데,
후배 신부님은 그 순간이 너무 창피했다면서,
혼자 실성한 사람처럼 1분 동안 까르르, 까르르 웃었습니다.
별로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고,
나와 수사님은 후배 신부님의 웃는 모습을 보자 그게 웃겨서 웃었습니다.
그 다음 날. 후배 신부님은 오전에 외출했고,
나는 수도원에 형제들이 아무도 없어 책이랑 글을 쓸 자료들을 들고
공동방 식탁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후, 볼일을 보고 돌아온 후배 신부님은 내 방에 인기척이 없자,
내가 외출한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수도원 공동방 문을 확 여는 순간,
거기서 책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 너무나도 화들짝 놀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하는 말이,
“아이 참, 강 신부님, 놀랬잖아요.”
그렇게 말하더니,
공동방 바닥에 혼자 쓰러져 자지러지게 웃는 것입니다.
후배 신부님의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순간 ‘실성했구나. 실성,
이거 백신 부작용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 가톨릭교리 ▒▒ > ∞가톨릭교리해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톡 쏘는 영성] 진상 종교인 (0) | 2021.10.03 |
---|---|
[생활 속 영성 이야기] 부부로부터 시작되는 세상의 변화 (0) | 2021.10.01 |
[톡 쏘는 영성] 자학성 신앙 (0) | 2021.09.20 |
[세상살이 신앙살이] 신부님이 미안해! (0) | 2021.09.17 |
[생활 속 영성 이야기] 대화를 위한 침묵 (0) | 2021.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