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셋째주 성모 승천 대축일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루카 1.39-56)
어머니라는 말
(강태현 신부. 의정부교구 일산성당 부주임)
고등학교 시절. 노는 게 너무 좋아 매일 늦은 귀가를 하곤 했다.
밤 중에 집 문을 들어서면 안방 문틈 사이로 희미한 촛불 빛이 흘러나왔고
항상 성모송이 들렸다. 그건 어머니의 기도 소리였다.
어머니의 손에는 늘 묵주가 들려있었는데 내가 집에 들어서면
어머니는 기도를 잠시 멈추고 밤늦게 들어오는 나를 바라보셨다.
그리고 몇 마디를 건네시고는 다시 들어가서 묵주기도를 이어가셨다.
매일 늦게 들어오는 아들에게 잔소리하거나 혼을 낼 법도 한데
어머니는 별로 그러지 않으셨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일찍 다녀` 한마디 하실 뿐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묵주기도 하시는 모습을 참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때는 그 기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 기도가 나를 지켰다는 것을...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이면서 가장 미안한 존재이기도 하다.
신학교에 합격했을 때 눈물 흘리시던 어머니가 기억난다.
사실 처음에 어머니는 내가 신학교에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다.
신앙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머니 마음이었으리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어머니도 결국 내 고집 앞에서는 어쩔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기도를 해주신다.
어머니..라는 말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어머니..라는글자를 가만히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내 눈가는 촉촉해진다.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것이 어머니식 사랑인지라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마음은 어머니에게 잘해야지...하면서도 그 앞에만 서면
마치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행동하는 것이 자식인 것만 같다.
주님께서는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다.
사랑을 알게 하는 데에 어머니보다 더 완전한 존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삶보다 자식을 더 귀하게 여겨 늘 희생하고 눈물로 참아내는 그 모습은
성모님과 꼭 닮아 있다. 그 삶을 바라보면
참으로 존경스럽고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오늘 어머니께. 성모님께 `사랑합니다`
한 마디 할 수 있다
면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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