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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가며 닦는 마음♡

Berardus 2021. 7. 25. 05:52

♡비워가며 닦는 마음♡

 

 

모름지기 살아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닦는 마음이다.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 하는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이다.

 

언제면 내 가슴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구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울가.

 

늘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 자국엔 물기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 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줄 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지고 달래주질 못하니

 

한 입 배어 먹었을 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이 너무도 그립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꾹이

목청처럼 피맺히게 토해내는 내 언어들은

죽은 에미의 젖꼭지를 물고 빨아내는

철없는 어린것의 울음을 닮았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곧 나다.

 

육체 속에 영혼 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다.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변함없는 나다.

 

심금을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외침, 외침들 그것도 역시 나다.

 

나를 채찍 질 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다.

 

-《지학스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