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 생명운동본부가
지난 2003년부터 ‘낙태 허용 조항’으로 불리는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를 기원하며
모자보건법 제정일인 2월 8일을 즈음해 개최하던
‘생명을 위한 미사’를 4월 11일 이후 봉헌하기로 했다.
4월 11일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날이다.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총대리)는
가톨릭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형법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발표한 4월 11일을 기억하면서
생명 운동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며
1973년 2월 8일 모자보건법 제정에 맞춰 봉헌했던
기존 ‘생명을 위한 미사’ 날짜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가
2003년부터 봉헌하던 ‘생명을 위한 미사’ 날짜를
바꾸기로 한 것은 18년만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낙태죄 실효를 방치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에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는 4월 24일
생명 대행진, 5월 15일 미사와
‘청년생명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가정의 중요성을 고려해 그동안 사용했던
‘생명을 위한 미사’를 ‘가정과 생명을 위한 미사’로 바꿀 방침이다.
이 주교는 “생명 수호 미사를 통해
신자들과 일치하는 가운데 청년 생명 운동을
더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생명 문화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가톨릭 신자들이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이 기도하고 생명운동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학교 사제 양성 과정 중에
생명 윤리에 대한 교육과 미래 사목 현장에서
생명 문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주교는 2020년 12월 31일 자로 실효된
형법 낙태죄 후속입법과 관련해 여성의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
남성의 입장도 헤아려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주교는 “한 가정에서 발효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에 대한 남성의 의견을
무시해도 되는 권리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만을 보지 않고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을 살펴보면서
생명을 살리는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면 원래 낙태죄가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던
시각을 잃어버리고 잘못된 입법을 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공청회를 통해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낙태죄 관련 개정안에서 배우자 동의 규정을
전면 삭제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보완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안과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에는 이를 삭제했다.
정부 개정안의 경우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임신 15∼24주 이내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 및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상담 절차만 거치면 여성 단독으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 두 사람이 함께 태아를 잉태했는데도
여성만 낙태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태아의 생명권은 물론 태아에 대한 남성의 권리나
결정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주교는
“형법 낙태죄가 실효됐다고 하더라도
가톨릭 신자들은 신앙인으로서 꼭 지켜야 할 게 있다”며
“교회 구성원 모두가 일치된 기도와 다양한 생명 교육, 홍보,
참여를 통해 우리 자신이 변하고 나아가 우리의 가정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는 올해 안에
중등부, 고등부, 청년을 위한 ‘성과 생명’ 교재를 출간하고
5월 생명 주일을 전후해 청소년과 함께하는
생명 축제의 장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