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단(采緞)의 교훈♡
우리 민족의 결혼 풍습 중에
혼례를 앞두고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보내는 함 속애는,
붉은 비단 한 감과 푸른 비단 한 감
그리고 청색과 홍색 명주 실타래로 묶은
채단이 들어 있는데,
거기에는 부부의 연을 맺는
신랑 신부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이 담겨 있다.
붉은 비단과 푸른 비단은
물론 청실과 홍실 역시도
신랑 신부를 상징하는데,
비단이라는 것이 명주실을
한 올 한 올 엮어서 만들어지는 만큼
신랑 신부도 이제는 부부로서
각자가 한 올 한 올씩 서로를 엮어가며
비단이라는 가정을 만들어 가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또한 청홍색의 비단 천을
굳이 청홍색의 명주 실타래로 묶는 까닭은
명주실이 지닌 특성 때문인데,
여기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우선 명주실은 질겨서 잘 끊어지지 않는데,
마찬가지로 이제 신랑 신부가
부부라는 끈으로 연결되는 만큼 질긴 명주실처럼
죽는 날까지 한 몸을 이루며 살라는 것이다.
또한 명주실은 쉽게
잘 엉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엉킨 부분을 조금만 인내를 가지고
한 올씩 풀어나가면 쉽게 풀리는 것이 특성이다.
부부간에도 함께 살아가는 가운데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 엉키고
꼬일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럴 때도 부부가 함께 인내를 가지고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엉켰던 명주실이 풀리듯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엉킨 명주실을 풀려고 하다가
잘 안된다고 해서 조급한 마음에
가위나 칼로 잘라 버린다면 결국 실타래를 망가뜨릴 뿐이다.
-《야곱의 우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