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냄새 나는 목자 당부한 교황,
사제수품 금경축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 사제수품 50주년...
서른셋 신부에서 여든셋 교황까지
하느님 자비의 얼굴 되기 위해
약한 이웃에 자신 낮추고 다가가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10월 수요
일반 알현 후 신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세우고 있다.
그는 사제들에게 늘 감사와 기쁨에 차 있기를 당부한다.
그의 표정에서 그 감사와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사제수품 50주년(금경축)을 맞았다.
50년 전 “예, 여기 있습니다”라고 답하며
성당 바닥에 엎드렸던 서른셋의 새사제는
이제 전 세계 가톨릭 사제들을 이끄는 여든셋의 교황이 됐다.
그는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한결같이 사제들에게 애정을 드러내며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기를 당부했다. 때론
“하느님을 잃어버리고 자기 자신에만 몰두하는
영적 치매를 경계해야 한다”며 쓴소리도 마다치 않았지만,
그는 그만의 행보로 묵묵하게
‘사제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보여줬다.
교황은 사제가
신자들과 항상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제라면 마땅히 신자들 곁에 머물며
함께 웃고 함께 울어야 한다.
교황은 2013년 성유 축성 미사 때
로마교구 사제들에게 “신자들을 기쁘게 하려면
사제들은 무엇보다 신자들 삶에 함께하며
그들의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교황의 전매특허가 된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한
당부도 이날 강론의 일부였다.
교황은 또 지난해 성유 축성 미사 때에는
“착한 목자의 애정과 친근감으로
신자들을 앞에서 이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신자들 한가운데서 사목하는 사제들”을 칭찬했다.
신자들과 동반하며 주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교황의 당부는
사제들과 만난 자리에선 빠지지 않는다.
양 냄새 나는 목자의 핵심은 ‘자비’다.
2015년에는 1년간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했을 만큼 자비를 강조했던 교황은
교회가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죄를 먼저 돌아보고 반성하며,
미워했던 이웃을 용서하고,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기를 요청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가장 약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낮추고 다가갔다.
그에게선 어떤 권위도 강압도 찾아볼 수 없다.
교황은 올해 4월 남수단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평화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려고 서 있던
그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발에 입을 맞췄다.
내전으로 무고한 이들의 희생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2014년 수요 일반 알현 때에는
50대 남성을 안아주며 그의 얼굴에 입맞춤했다.
신경 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그는
얼굴과 온몸이 종양들로 울퉁불퉁했다.
교황은 거리낌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이 장면은 미국 시사지 타임이 꼽은 2014년
가장 따뜻한 이야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교황은 사제들에게
항상 감사와 기쁨에 차있기를 거듭 당부한다.
올해 전 세계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교황은 “감사는 언제나 강력한 무기”라면서
하느님께 받은 모든 은총에 경탄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 201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온 교회의 열망」 반포 50주년 기념 회의에서
“사제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순간부터
기쁨의 초상이 돼야 한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신자들을 꾸짖는 사제가 두렵다고 했다.
감사와 기쁨의 초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생각하면,
환한 미소로 엄지를 치켜드는
그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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