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전 세계 기아 인구가 지난해
8억 20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76억 인구 가운데 약 11%,
9명 중 1명이 극심한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유엔 산하 5개 기구가 15일 공동조사해 발표한
‘2019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영양 부족 인구는 8억 216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0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것은 세계 기아 인구가
지난 2015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지구촌 식량 및 영양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기근을 타파하고,
영양 실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로 헝거’(Zero Hunger)라고 내세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세계 영양 부족 인구 가운데
아시아인이 5억 1390만 명,
아프리카인이 2억 5610만 명,
중남미인이 42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륙별 영양 부족 인구 비율은
아프리카가 가장 높은 약 20%에 달하며,
아시아도 2010년 이후 서아시아 기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전체의 12%가 영양 부족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의 경우,
2016~2018년 사이 전체 2500만 인구 가운데
48%에 달하는 1220만여 명이
영양 결핍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영양 부족 인구 비율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아이티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심각한 것은
지구촌 영양 부족 문제가
최근 3년간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기아 인구는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동안 감소 추세였다.
그러나 2015년 7억 8500만여 명에서 이듬해 7억 9650만 명,
2017년에는 8억 1170만 명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경제 침체와 불평등 확대,
기후변화, 전쟁 등을 세계 빈곤과 식량 위기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2008~2009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여전히 회복과 성장이 계속 부진한 국가들이 많고,
불평등이 심각한 지역은 식량안보와
영양 불균형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보이신
‘사랑의 기적’은 오늘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불가능한 일일까.
가톨릭교회는 경제적 불평등, 분쟁, 기후 위기,
세계적 빈곤과 기아가 발생하는
근본 이유를 ‘연대 부족’과 ‘무관심’으로 꼽는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사람이 먹고 마실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세태에 대해
‘다수의 무관심’, ‘연민의 부족’을 지적하며
형제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 6월
유엔 식량농업기구
정기총회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식량과 물 부족은 가장 가난하고
약한 나라들의 내부적인 문제일 뿐이라거나,
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각자에 관한 문제”라며
“우리는 모두 형제들의 절망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기본 권리가
존중받도록 모든 수단을 취하라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지난해 10월 16일
‘세계 식량의 날’ 담화를 통해서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아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의지”라며
“모든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누구 하나라도 식량 부족에 시달리지 않고,
기아의 재앙을 종식하도록 헌신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상임
옵저버인 페르난도 치카 아레야노 몬시뇰은
최근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분쟁과 경제 위기,
기후 위기 등 세 가지가
기아의 재앙을 낳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연대와 평화에 전념하는 것이야말로
기근에 맞서 싸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레야노 몬시뇰은 이어
“음식을 낭비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 앞에서 눈을 감지 않으며
굶주린 이들의 부르짖음을 외면한 채 지나치지 않는 등
개인과 본당, 비정부 기구 차원에서 아름다운 일들을 모색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기근에 맞서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