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시계 위에서 세월이 가도
우리 마음속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전 국민이 통곡한 세월호의 비극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멈추어 서 있습니다.
5년 전의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바닷 속에 침몰하여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잊으십시오,
기다리십시오라는 말을 가볍게 내뱉었던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오늘은 겸손되이 용서를 청해야겠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맑고 어진 마음 모아 함께 울어야 하겠습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푸른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
미안하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남을 탓하지만 말고 핑계를 대지 말고
눈물 속에 절절이 참회하여 마침내는
파도처럼 일어서는 희망이 되라고
흰옷 입은 부활의 천사로
한 줄기 바람으로 가까이 와서
그대들이 우리를 다시 흔들어 깨워주세요.
넋두리가 되어버린 이 부족한 추모 글을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이제 와, 영원히!
-이해인 수녀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