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복음과 이어지는 루카 복음 16장은
재물과 관련된 여러 말씀을 모아 놓은 부분입니다.
오늘 복음 앞부분(9-13절)은, 예수님께서 어제 말씀하신
‘약삭빠른 집사’의 비유를 풀이하시며 다양한 가르침을 주시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라는 말씀은 매우 낯섭니다.
‘불의한 재물’이라는 표현 뒤에는,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모든 재물은 죄스럽고 불의하다는
루카 복음사가의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재물’이 이 세상을 자기의 노예로 만드는 능력을 지닌
괴물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겠지요.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재물이 없어질 때’는 재물을 가진 사람이 죽을 때거나
세상 종말의 때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결국 이 말씀에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애덕을 실천할 때,
그나마 물질적 재산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복음은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재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제자들의 성실성과
충실성이 판가름 나게 될 것입니다.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이 말씀에서
하느님과 마주한 ‘재물’은 거짓 신이면서도,
하느님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까지 들어 높여졌습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우상으로 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누구나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지만(2테살 3,12 참조),
우리는 결코 재물을, 우상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재물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다고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재물을 섬기는 사람에게는 재물을 위해 양심을 팔고
신의를 저버릴 수 있는 가능성도 다분히 있겠지만,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재물을 맡겨도 성실하게 관리할 것입니다.